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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다락방 청소

 한옥의 여러 공간 중 다락방은 무척 재미있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방이나 마루 부엌 등이 모두 드러나 보이는 공간이지만 다락방은 닫혀있는 문을 열고 굳이 힘들여 올라서야 눈앞에 열리는 숨어있는 장소다. 공개된 집안에 보이게 놓아둘 수 없는 것들이 숨어드는 곳이다. 지극히 비밀스럽게 숨겨 놓을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지 않게 감추어 놓고 싶은 물건들이 자리 잡는 곳이다.
 
때로는 아이들의 은밀한 놀이장소가 되어주는 곳이다. 어른들의 눈에 띄지 않고 방해받지 않으며 소곤소곤 아이들만의 가지가지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런저런 물품들이 살짝 먼지를 머금고 자리 잡고 있어 아이들 혹은 어른들도 먼지를 털고 찾아내는 아련한 기억과 상상을 불러오는 그래서 재미있는 공간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어느 시절 요긴했고 어느 날에는 반짝거릴 수 있는 그런 물건들이 다락방에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가끔 마음이 질서 없어질 때 다락방에 올라 그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때 애틋했던 애장품을 만지고 바라보고 하며 마음을 추스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특별한 공간이다. 별로 방해받지 않고 어둠 속에 앉아 어떤 멍한 생각에 잠겨 있기에 좋은 곳이다.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이라는 어떤 공간 속에도 다락방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아니야” 하며 마음이 향하지만 잠시 숨겨놓기도 하고 지난날 잊히지 못하는 혼자만의 무엇을 넣어두는 곳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혼자만의 귀중한 추억이나 희망이나 바램 그리고몰래한 사랑 같은 것을 마음속 어느 한 쪽에자리 잡게 하는 다락방 같은 것이 있어 때로는 그것으로 힘든 세상살이를 견디어 낸다. 아무도 모르는 자기만의 특별한 것 저장소가 다락방이 되어 마음속에 은밀하게 자리하고 있어 그래서 재미있는 다락방이 된다.
 
3월의 시간 속에 있으면서 봄이라는 계절과 만난다. 수북하던 삭아버린 낙엽 더미를 헤치고 봄꽃의 새싹들이 쑥쑥 자라 오르고 있다. 지난해의 묵은 것들을 보내고 새로운 기운이 새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 먼지를 청소하고 반짝반짝하게 하여 새날을 준비하는 모양새이다. 봄이라는 계절은 청소를 해야 하고 청소하기 좋은 시간이 된다. 움츠리며 저 구석에 던져놓았던 소망의 보자기를 펼쳐보는 시간이다. 다락방 그곳의 작은 창문을 열고 봄냄새를 들이고 먼지를 털고 숨어있던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한다. 지난해에 이런저런 제약으로 잠시 던져놓았던 것들을 찾아내어 제 모습 제 숨결을 찾아주어야 하는 때가 돌아왔다. 마음속 다락방에 숨겨 놓았던 우리의 소망과 꿈을 깨워서 싹을 내고 푸른 기운을 담아 새롭게 잊었던 세계로 나가야 하는 다락방 청소의 계절이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다 보면 마음이 개운해지고 집 안 구석구석이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지고 우중충하던 집이 제 색깔을 찾고 빛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락방은 더욱 그렇다. 일 년 내내 햇빛 한번 들기 어렵지만 봄맞이 청소를 거치면서 햇볕을 담아와 뿌린 듯 환해지고 보다 쓸모있는 공간이 되어버린 기분이 절로 든다. 실제로도 그렇다. 정말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아 이것이 여기에 있었네” 하며 뜻밖에 발견한 것을 닦고 광내고 하여 집안에 요긴한 물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아니야” 하며 미루어 놓았던 다락방 물건 같은 어느 날의 꿈을 꺼내어 세상을 향하여 나서게 하는 마음속 다락방 청소도 봄날을 맞아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한옥 다락방이 재미있는 공간인 것처럼 우리 마음속 다락방이 정말로 우리들의 재미있는 곳이 되어야 봄날이 재미있어 질듯하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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