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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당선인의 ‘수습기간’

고용법에 ‘프로베이션(Probation)’ 또는 ‘시험(Trial)’ 기간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말로 수습기간이다. 신입 사원이 정규 직원으로 인정받기 전에 거치는 견습 과정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신입 직원은 직장 및 동료들과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지, 고용주는 신입 직원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법적으로 수습기간을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수습기간을 두는 고용주들이 많다. 대부분 수습기간은 3개월 정도다. 이것 역시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길게 6개월까지 둘 수도 있고, 또 3개월로 했어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불법적인 차별이나 보복의 의도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수습기간은 고용주나 직원 양측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고용주 중 상당수가 수습기간의 법적 성격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이다.  
 
수습 직원은 정규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을 느슨하게 적용해도 된다고 착각한다.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액수를 주어도 되고, 오버타임을 무시해도 된다고 오해한다. 또한 페이롤 택스를 안 떼고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상해보험 커버를 안 해도 된다고 잘못 생각한다.  
 
수습기간은 사업체 안에서만 적용되는 사적 규약일 뿐 노동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수습기간 중인 신입 사원도 정규 직원과 똑같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 부당해고도 마찬가지다. 정규 직원에게 적용되는 부당해고의 법적 근거가 수습 직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해고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캘리포니아주는 자유로운 해고와 자유로운 퇴사가 원칙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해고와 관련해서는 예외 규정들이 엄청나게 많고 이것이 부당해고의 근거가 된다. 수습기간에도 부당한 해고나 불법적 보복, 차별 등은 금지된다.  
 
그렇다면 수습기간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수습제도를 두는 이유는 일단 심리적으로 양측이 계약을 해지하는 데 부담이 적다는 점, 일한 기간이 짧아 해고로 노동법 위반이 발생해도 회사 측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확률이 높다는 점, 노동법상 제공이 의무화가 아닌 혜택을 회사 측이 수습 직원과 정규 직원에게 합법적으로 차별 적용할 수 있는 점 등이다. 예를 들어 사측에서 제공하는 연금을 수습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친 정규 직원에게만 준다고 할 때 이는 합법적인 차별이 된다. 심지어 법적 의무인 유급병가의 경우도 보통 수습기간이 끝나는 90일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얼마 전 대선이 끝났다.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열심히 응원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약간의 우려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고, 출범조차 하지 않은 정권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단 한 표라도 더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탈락한 후보 지지자들의 실망감과 상실감이 크겠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를 축하해 주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모습이다. 대통령 당선인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당선인의 정부가 잘해 나가기를 응원하고 기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그 정도의 아량도 보일 수 없다면 당선인이 취임한 뒤 90일 또는 6개월 정도를 수습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그 기간 동안 제대로 업무를 해나가는지 일단 지켜본 후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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