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지키려 트라우마 악령과 싸우는 엄마
엄마(Umma)
이민 여성 어맨다(샌드라 오)는 교외의 농장에서 딸(피블 스튜어트)과 함께 양봉 사업을 하며 평온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남자가 찾아와 어맨다 어머니의 영정 사진과 유골이 담긴 가방을 건넨다. 멀리서 온 어머니의 유골에는 이제껏 딸에게 숨겨온 어맨다의 가족사가 담겨 있다. 어맨다는 이제 딸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얽힌 과거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아야 한다.
유골이 도착한 후, 한국에 두고 온 어맨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상기되고 정체불명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유골에서 사악한 영이 분출되면서 어맨다와 딸 사이에도 갈등이 일어난다.
어맨다는 삶의 고난이 조상들로부터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어머니와의 불행했던 관계가 딸에게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어맨다는 지나친 보호 본능으로 딸의 대학 진학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딸과 멀어지는 것이 두려운 어맨다의 불안 심리와 유령들과의 싸움이 지속한다.
심 감독은 육아와 성장 과정을 거쳐 미래 세대까지 지속하는 엄마들의 딸 사랑과 보호본능을 한국의 토속적 유령들을 등장시켜 표현하려 한다. 그는 2010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한인 이민 가족의 비극을 다룬 다큐멘터리 ‘더 하우스 오브 서(The House of Suh)'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아오던 차에 ‘엄마’로 극영화 장편 데뷔를 하게 됐다.
샌드라 오는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엄마 어맨다를 많은 부분 한국말로 연기한다. 어머니와의 과거로부터 기인하는 트라우마와 딸을 빼앗으려는 어머니의 유령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딸에게 진실을 숨겨온 엄마의 고통이 그녀의 연기 속에 담겨있다. 샌드라 오는 2006년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2019년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을 수상, 아시아계 배우로서는 최초로 두 개의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바 있다.
‘스파이더맨’ 3부작을 연출했고 6월 개봉 예정인 마블 코믹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를 연출한 샘 레이미가 샌드라 오와 함께 메인 제작자로 참여했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인 2세 여성 감독이 한국 문화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지구촌에 던지는 또 하나의 얘깃거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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