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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사순절에 떠나보는 천로역정

지금 기독교력으로 사순절이다. 사순절(Lent)은 길이(Length)를 의미하는 앵글로색슨어 Lenten에서 유래한 말로 봄철 또는 봄의 기간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순이란 10일이 4번 계속된다는 뜻으로 계산은 기독교의 핵심인 부활절(올해 4월 17일)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 전 수요일(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고 의미는 인간의 죄성을 깨닫고 회개하는 가운데 구원을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신앙의 진보를 이뤄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며칠 전 딸아이가 12살 먹는 손녀딸이 의자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왔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왜! 했더니 읽고 있는 책이 뭔지 보란다. 잘 안 보인다고 했더니 The Pilgrim’s Progress(천로역정)이라며 지난 재의 수요일(3월 2일)부터 매일 몇장씩 읽고 있다며
 
대견하지 않으냐고 동의를 구한다.
 
사실 천로역정은 아주 오래전 교회의 추천도서라 나 자신 몇 번 읽기를 시도하였으나 너무 황당한 이야기 같아 읽다 마다를 반복하다 중간에 접었던 책인데, 5~6년 전 한국방문 길에 신앙 친구의 권유로 지구촌교회가 경기도 가평에 조성해 놓은 천로역정 체험코스를 돌며 순례자로의 인생을 성찰해 보기도 했다.
 


존 번연(1628~1688)의 천로역정은 유럽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명작 중 명작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닐 정도이고 지금도 기독교인이면 한 번쯤은 접해보는 도서로 프로이트는 ‘성경만 통하면 누구나 훌륭한 문학가가 될 수 있음을 존 번연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작가 존 번연은 잉글랜드에서 신앙의 박해를 피해 102명의 필그림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 정착한 8년 뒤인 1628년 영국 베드퍼드(Bedford)라는 작은 마을에서 땜장이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영국은 내란에 공화정, 왕정복고, 종교전쟁 등 어렵고 혼란한 내홍의 시기라 그는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원래 그는 불신자였다. 그러나 두 번째 결혼에서 청교도인 메리가 혼수 대신 가져온 책 중 ‘폭스의 순교사’를 읽으면서 영적 변화를 체험했고 1653년 침례교 신자가 된다. 입교 후 그는 뜨거워진 가슴을 가눌 길 없어 25세부터 5년 동안 평신도로 자유롭게 전도하고 설교하였기에 ←‘번연주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다 1661년 1월 찰스 2세의 칙령 ‘인가받지 못한 자의 설교금지령’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간 뒤 무려 12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이때 옥바라지를 하던 부인 메리가 남편 대신판사를 만나 신랄하게 따졌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거두절미하고 흥미로운 것은 감옥이 존 번연의 신앙의 진보를 이루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12년 감옥이 그를 육신 적으로얽어맸지만 영적인 순발력은 가로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갇힘 속에서 찾은 깊은 기도와 성찰로 인해 세속화되었던 생명이 사라지고 예수 안에서 새 영이 움을 트면서 ‘명상의 유익, 신자의 행위, 죄인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를’ 등 명작을 만들었고 마침내 1667~1721년 ‘천로역정’을 집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천로역정은 나그네 인생이 장차 망할 이성을 떠나 천국에 이르는 동안 부딪히는 고난과 질고, 나락과 고통, 기쁨과 소망 등을 적절한 비유와 의미심장한 상징 등을 통해 설명하면서 소망의 천성에 입성하는 스토리로 다음 회에 대강의 흐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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