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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St. Patrick’s Day

한홍기

한홍기

어제(3월 17일)는 ‘성 패트릭’의 날이다. 이날이 금년도에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시 전체가 죽어지내다 이날을 기해 숨을 쉬기 시작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2년간 이 행사는 중단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문제로 아직 미국 살림살이가 소강상태이기는 하나 그래도 공식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특히 시카고의 추운 겨울은 이날부터 봄의 문턱으로 들어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강 전체가 밝은 녹색으로 물감이 들어지며 주변의 가로수 꽃망울이 움트기 시작하면 시민들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거리의 퍼레이드는 일찍이 지난 주말에 시작했으며 Irish Whiskey는 벌써 동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매년 시카고 강의 LaSelle Bridge를 건널 때마다 강물을 어떻게 저렇게 쉽게 금방 영롱한 녹색으로 바꿀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은 오래 전 시카고 배관공 노조의 특수한 비법 때문이었는데, 그 배관공들은 강 주변 건물의 배관을 통한 물을 측정하는 친환경 비법을 연구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성 패트릭’의 날이 되면 노조가 독점적으로 보트 3대로 삽시간에 강물 전체를 물들인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하는 이 물들이는 장면을 구경하기 위하여 온 시민은 잠을 설렌다. 도심을 관통하는 이 아담한 강물을 물들이는 장면은 시카고의 유일한 명물이다. 뉴욕과 보스턴을 비롯한 대부분의 미국 도시들은 거리 축제로 유명하다.
 
원래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가 1600년 자국에 최초로 가톨릭을 선교한 성직자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지금은 본국보다 미국이 더 명절로 즐긴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19세기 중반 농작물인 감자병으로 7년 연속 대기근을 맞아 800만 인구의 절반이 죽고, 백만 명의 인구가 난민선을 타고 북미와 호주로 건너 갔는데, 그나마 30만 명은 배 안에서 병사했다. 속칭 ‘관선’(棺船: Coffin Boat)으로 배가 아니라 떠있는 커다란 수많은 관이었다. 인접한 영국은 오랫동안 식량 착취를 하였음에도 이를 보고도 못 본 척하여 두 나라는 아직도 서로 감정이 좋지 않다. 초기에 미국에 건너온 이들은 백인 대접을 못 받아 상호 보호 차원의 갱(Gang) 단을 조직하여 그런대로 사업이 자리 잡았으나, 후에 도착한 이태리 마피아와 뒤섞여 영화 속 인상은 별로였지만 그들은 후에 완전히 하나로 뭉쳐 성공을 하였다.
 
녹색은 아일랜드의 상징으로 맥주까지 초록으로 바꿔 가며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는 만사 제쳐 놓고 죽어라 하고 퍼마신다. 뼈에 사무친 대기근을 조상님과 함께 풀어 나가는 좋은 방법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90년대 중반부터 이 축제를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마케팅하여 성공했다. 이제는 어느덧 많은 국가들이 자기네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빌딩을 녹색으로 바꾸는데 심지어 상하이와 동경은 물론 이집트는 피라미드를,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할리파’까지 이날 초록 조명으로 분칠하여 준다.
 
아일랜드에는 당시 굶주린 좀비들이 거리를 헤매는 동상이 아직도 중심부에 있으며, 미국 워싱턴에도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의 대기근 때 굶주린 노숙자들이 급식소 앞에 줄 서 있는 동상이 있다. 한국도 과거 강남 말죽거리인 테헤란로에 ‘재봉틀 앞에 앉아 있는 여공들’의 동상이 한 블록은 차지했으면 하는 생각이 난다.  
 
그들은 한국인과 일면 비슷한 점도 있는데, 지독한 압박을 오래 받아와 그런지 술 소비량은 세계에서 쌍벽을 이룬다. 다른 점이라면 헤어질 때 한쪽은 싸움으로 영원히 찢어진다는 것이다. 아일랜드계로 유명한 미국 대통령은 존 F. 케네디와 버락 오바마다. (hanprise@gmail.com)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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