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루체른, 쉴트호른 그리고 체르마트
스위스
스위스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꿈꾸는 여행지다. 그중에서도 루체른은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도시며,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금방이라도 나타나 요들송을 부를 것 같은 그런 여행지다.
루체른이라는 이름은 ‘4개의 숲을 가졌다’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산들의 여왕이라 불리는 리기산, 필라투스산, 티틀리스산과 숲들로 둘러싸여 있고, 빙하가 녹은 호수가 에메랄드처럼 반짝이며 운치를 더한다. 이런 매력에 19세기 독일의 대문호 괴테부터 음악가 바그너, 슈트라우스가 앞다퉈 찾았고, 루체른 사람들은 ‘루체른이 곧 스위스’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루체른의 명물을 딱 두 가지만 꼽으라면 단연 빈사의 사자상과 카펠교다. 먼저, 빈사의 사자상은 스위스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물이다. 덴마크의 유명 조각가 토르 발트젠이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전사들을 기리기 위해 자연 암벽을 조각해 완성했다.
작은 연못을 사이에 두고 사자가 등에 창이 박힌 채 부르봉 왕가의 상징인 흰 백합의 방패를 지키며 죽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서 사자는 스위스 전사를 상징하며, 이 사자상에는 그 당시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병사 이름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새겨져 있다. 이에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 사자상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조각품’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1333년에 세워진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다. 나무다리 위에 붉은 고깔 모양 삼각 지붕을 얹고 있으며, 들보에 루체른의 역사와 수호성인을 그린 110점 정도의 판화가 걸려 있다. 1993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이듬해 완전하게 복원되어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루체른도 근사하지만, 스위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쉴트호른에 있다. 초대형 케이블카를 타고 발아래 펼쳐진 명품 절경을 감상하다 보면 영화 ‘007’의 촬영지였던 해발 3000m 쉴트호른 정상 전망대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융프라우, 뮌히, 아이거 등 쟁쟁한 영봉들이 바로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몇 번을 가봐도 전율에 떨게 하는 풍경이다.
역시 융프라우를 제대로 보려면 쉴트호른이다. 융프라우를 맞은편에서 파노라마로 감상하는 것과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쉴트호른은 또한 유리 바닥으로 된 스카이 워커, 절벽을 따라 유리 바닥으로 만들어진 스릴 워커, 스위스의 올레길, 한 시간에 한 번 360도로 회전하는 전망대 식당 등 오감을 깨우는 명소들을 가득 품고 있다.
쉴트호른과 더불어 빙하 특급 열차, 휘발유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무공해 마을로 유명한 체르마트에는 세계의 명봉 마터호른이 수호신처럼 우뚝 솟아 있다. 영화사 파라마운트사의 설산 로고와 스위스 허브 캔디 리콜라도 이 마터호른을 그린 것이다. 이처럼 스위스 여행은 아름다움 그 이상의 영험하고 신비로운 기운과 감동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감도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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