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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우자! 우크라이나’

 “한 해를 시작하며 달력을 본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지도책을 펴는 사람이 100년을 끌고 갈 사람이다. 시간은 바뀌지만, 땅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몇 년 전, 한 강연회에서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듣는데 선뜻 와 닿지는 않았다. 바뀌지 않는 땅이야 그냥 두면 되고, 새롭게 다가오는 소중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는 비딱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략하는 것을 보면서 지도책을 펴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지도책을 편다는 것은 땅에 얽힌 지리적 요인들이 정치, 군사, 언어, 종교, 무역, 사회적 발전 등 인류의 모든 삶의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을 통해서 그동안 별로 눈길을 끌지 못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전쟁으로 고통 당하는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멀게 느껴지던 나라였지만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끼여서 균형을 지키기 위해 눈치를 보면서 살아온 나라의 운명이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 등 강대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았다.  
 


전쟁 소식을 전하는 뉴스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속내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저마다의 해석은 다르지만, 한 가지 비슷한 것은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우크라이나가 유럽 연합이나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러시아가 용인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과 차별, 인권 탄압을 풍자한 ‘우자! 알버트!’라는 연극이 있다. 지옥 같은 현실을 견디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그토록 기다리던 구세주 예수가 재림했지만 권력이 예수를 죽인다는 내용의 연극이다. 경찰에 쫓기던 벽돌공장 직공이 무덤에 묻힌 흑인 민권운동가 알버트를 향해 “우자! 알버트!”라고 외치면서 연극은 끝난다.  
 
‘우자(Woza)’는 ‘일어나라’라는 뜻이다. “일어나라! 알버트!” 이 말은 아무리 크게 외쳐도 변하지 않는 세상을 향한 힘없는 이들의 무기력한 외침처럼 들리지만 그마저도 외치지 않으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아파르트헤이트’가 돈, 자원, 성, 인종, 나이, 지역, 민족, 국가, 이념 등을 기준으로 세상을 나누고 있다.  
 
‘우자! 알버트!’라는 외침은 집단적 증오와 편견, 무력과 광기가 선량한 국민을 담보로 오늘날에도 전쟁을 일으키고 있음을 고발한다. 한 개인의 힘없는 외침도 모이면 함성이 되고, 함성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자! 알버트!’라는 외침은 죽은 알버트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외치는 소리가 아니었다.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깨우는 경고요, 새로운 세상을 여는 희망의 소리였다. 그 희망을 품고 전쟁으로 고통 당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며 외친다. ‘우자(Woza)! 우크라이나!’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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