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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크라 사태와 민주국가 연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분 없는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강국들을 향해 우크라이나를 도우라는 목소리가 높다. 강자 편에 설 것인가, 정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지정학상 무관한 일이길 바라며 미적대고 눈치를 볼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순진한 희망과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집착은 이제 밀물에 쓸린 모래성이 될 것인바, 한국의 새 정부는 새롭게 직면할 다음 네 가지 현실에 바탕을 둬 정책을 강구해야 할 듯하다.
 
첫째, 중·러 관계의 견고성이다. 일부 중국 학자들은 중국 정부도 러시아의 침공에 당혹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 전 푸틴과 시진핑은 온종일 서구에 대한 대처를 놓고 전략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앞서 29차례 농밀한 회담 뒤 무한한(no limit) 양국 관계를 담은 공동성명을 냈다.  
 
둘은 강력한 이념적 기반과 내부 불만에 대한 두려움, 민주주의 진영 및 미 동맹국에 대한 경멸로 결속돼 있다.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결국 중국은 나토 확장 중단 등 러시아 측 요구만 전달할 것이다. 러시아 편 일색인 관영 매체 보도가 바로 중국 지도부의 입장이다. 푸틴의 침공이 실패하지 않도록, 또 중국 혼자 서방에 맞서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을 안 받는 선에서 중국은 어떤 행동이든 할 것으로 백악관은 예상한다. 중국에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북한보다 더 중요하다.
 
둘째, 중국이 이럴수록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요 민주 국가들과의 마찰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중국의 암묵적인 푸틴 지지는, 독재와 민주 체제 간 전선이 커지고 있다는 바이든의 주장을 더 타당하게 할 뿐이다. 지금은 추축국과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을 향해 싸워가던 1940년이 아니긴 하지만, 미·중 갈등은 어쨌거나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독재 정권들의 움직임이다. 북한과 미얀마는 재빨리 푸틴 편에 서서 나토와 미국을 비난했는데, 러시아가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받게 된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가 자신들을 더 지원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정학적 변화의 시기를 틈타 북한은 탄도미사일 실험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일부 인사들은 러시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내내 한 번도 먹히지 않은 발상이다. 효과도 없을뿐더러 한국 입장에도 손해만 입힐 것이다.
 
넷째,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 강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나토 및 아시아 동맹국의 협력을 끌어내 푸틴을 압박함으로써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 백악관 특사로 대만에 갔을 때 차이잉원 정부는 이런 국제적 협력이 대만 안보에 직결됨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 도발을 억지하고 언젠가 도래할 북한 재건을 위해선 국제적 지원과 결의가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민주 국가 간의 전례 없는 협력을 부채나 골칫거리로 보지 말고 전략적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
 
이런 지정학적 지각 변동의 중요성을 한국이 간과하는 것 같다. 일반 시민의 연대 및 지지와 달리 청와대의 태도는 모호하다. 독일·호주 수준의 적극적인 러시아 제재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하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문재인 대통령도 1950년 한국전쟁 때 약소국조차 대한민국 편에 섰듯 이제는 어떤 나라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국민 편에 설 차례라고 당당히 선언했어야 한다.
 
현 정부 5년, 한국은 민주 국가들의 결속 흐름에서 떨어져 있었다. 새 정부는 그간 한국이 보여온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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