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가닥 루시’ 다큐와 리메이크 비교 감상하세요
루시와 데시
비잉 더 리카르도
루시와 데시의 요란스러운 사랑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 두 편이 아마존 프라임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2022년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하비에르 바뎀), 여우주연상(니콜 키드먼), 남우조연상(JK시몬즈) 후보로 올라 있는 ‘비잉 더 리카르도(Being the Ricardos)'는 데시가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던 특정 시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려던 무렵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키드만은 이 작품으로 이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루시와 데시(Lucy and Desi)'는 루실 볼의 인생 전반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두 작품 모두 루시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 수작들이다.
1940년 그녀는 ‘너무 많은 여자들(Too Many Girls)'를 촬영하던 중 만난 쿠바계 엔터테이너 데시와 사랑에 빠지면서 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데시는 쿠바 출신의 망명자였다. 성격, 생활방식, 종교관이 너무나 달랐지만 두 사람은 주위의 만류에도 결혼에 성공하며 할리우드의 요란한 커플로 떠올랐다.
1948년 CBS는 루시 볼 주연의 TV쇼 ‘아이 러브 루시’를 기획한다. 루시는 이때 배우자 데시를 남편 역에 캐스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CBS는 루시의 다소 황당한 주장을 거부할 수 없었다. ‘루시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5개의 에미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루시와 데시 두 사람은 코믹 커플로서 미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1989년 루실이 죽고 난 후 발간된 자서전에는 그녀가 오랜 세월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들어 있다. 사람들은 폭력의 가해자가 남편 데시였다고 단정 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쾌활한 이미지로 그녀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역 오디션에 참가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던 루시는 1989년 베버리힐스의 자택에서 77세의 나이로 영면하기 전, 우리에게 남긴 말이 있다. 언젠가 먼 미래에 나의 인생을 돌아볼 때 ‘젠장, 해 보기라도 할걸’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세상에, 내가 그런 짓도 했었다니’라고 말하는 생을 살라고.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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