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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인생은 숨은그림찾기

오늘 14번째 수술(시술)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한 번의 수술과 13번의 시술이다. 기도 양쪽 폐의 입구에 있는 암을 발견한 것은 10년 전 일이다. 그때 키모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다행히 암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6년째 되는 2018년, 처음 폐에 조그맣게 있던 점이 자라서 아직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깨끗이 잘라 버리자고 해서 폐암 수술을 받았다.  폐암 수술을 하다가 먼저 치료해서 사라졌던 암이 꽤 자라고 있음을 발견해서, 시술이 시작되었다. 위치가 기도의 폐 입구여서 수술이 불가하여 내시경으로 들여다보고 레이저를 쏘아 암을 태우는 시술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암은 희귀암이라 원인도 모르고, 원인을 모르니 치료 약도 없어 이렇게 레이저 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다행히 빨리 자라는 암이 아니긴 한데, 완치도 안 되는 암이라서 평생 이 암이란 녀석을 끼고 살아야 한다. 나이가 있는 데다가 시술할 때마다 전신마취를 하니 할 때마다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이번 14번째 시술은 지난 2월 14일 13번째 시술 후 3주 만에 하는 재수술이었다. 호흡 장애가 심해서 거의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해서 나도 내가 이렇게 죽는가보다!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 그런 데다가 주치의가 수술 후 회복실에 와서 침통한 얼굴로 부위 전체가 너무 많이 자라서 한 번에 다 치료할 수 없어 3주 후에 재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 번도 회복실에 오지 않던 집도의가 회복실에 온 것도 가슴이 철렁한 데, Bad, Unhappy란 단어를 입 밖으로 내니 가슴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력 강한 내가, 사람들이 긍정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나도 패닉 상태가 되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살아서 이 방을 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수술실은 최고의 수술실이었다. 지난달까지의 수술실은 늘 공기가 차고, 수술대 위에 누우면 여간 추운 게 아니다. 그래서 “이 방은 너무 추워요” 한마디 하는데, 오늘은 침대가 온돌처럼 따끈따끈했고, 덮어준 담요도 따뜻했다. 수술 준비도 “우리는 베스트 팀이에요” 하면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모두 활짝 웃는 분위기가 참으로 상큼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면 내가 죽을 염려는 없을 것 같은 데도 이상하게 순간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나도 모르게 “아, 사실 나 무서워 !”했더니, 통통 튀는 유머를 이어가며 신경을 다른 데로 돌려주었다. 그리고 회복실에서 깨어난 것이다. 결과는 먼저보다 훨씬 좋아져서 그래도 모르니 2개월 후에 보자는 기쁜 소식.  
 
이렇게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곡예를 하다 보면 과연 우리의 삶 속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안 중요하고는 따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적 같고, 그래서 감사하고, 기쁘고, 소중하다. 남을 신경 쓸 새도 없고, 내가 누릴 수 있는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있는 대로 다 느끼고 싶다. 기운이 있는 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내 친구는 인생을 숨은그림찾기라고 표현했다. 그녀에게 절대 공감한다. 70년 훨씬 넘게 살았어도 인생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고, 하늘, 바람, 구름, 숲, 바다, 산, 들녘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한 번도 같은 얼굴을 보여주는 적이 없다. 우리의 숨은그림찾기는 그래서 무한하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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