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공공성] '끼리끼리' 태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이는 기독교계의 정치 참여가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아이러니하게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보수적 교인들이 누구누구는 빨갱이라면서 색깔론을 펼쳤었다면 이젠 진보적 교인들이 누구누구는 무속이나 신천지의 일원으로 척결해야 마땅한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다원주의적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이단이며 이교인 종교도 누군가에게는 진리의 종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한 진보적 신학교수는 누구를 찍으면 천국 가고 누구를 찍으면 지옥 간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더 이상 한국 교회는 진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말기를 바란다.
한국 교회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공공성이다. 물론 한국 교회가 성경적 근거와 기독교적 정신으로 공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 참여할 때 한국 교회의 방법론 역시 공적 방법론이어야 한다. 여기서 공적(public)이라는 단어는 사적(private)의 반대말 일뿐만 아니라 '끼리끼리(parochial)'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절대 선으로 남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절대 악으로 여기는 태도는 보편적인 태도가 아닌 끼리끼리의 태도이다.
바로 이 끼리끼리 태도가 확증 편향이 되면서 더욱더 큰 문제가 된다. 한국 교회는 진보든 보수든지 간에 끼리끼리 정치적 이합집산이 되고 그렇게만 소통하면서 심각한 확증 편향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든 종교든 나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공통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악마화하는 타자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하면 그런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그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상당할 것이다. 바로 그런 사람들의 상당수가 한국 교인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교회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공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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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득 / 목사ㆍ투산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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