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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참 이야기

참이라는 말은 좋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참이라는 말을 들으면 동시에 거짓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그만큼 참은 좋은 것이고 거짓의 반대입니다. 참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가득 차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속이 꽉 찬 것을 좋아합니다. 채소를 고를 때도 속이 꽉 찬 것을 고르지요. 배추도 속이 꽉 찬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사람을 칭찬할 때도 속이 꽉 찼다는 표현을 비유로 듭니다. 속이 찼다는 것은 생각이 깊고 거짓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믿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참에 비해서 거짓은 속이 아니라는 느낌의 말입니다. 거짓의 어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겉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속이 아니라는 거죠. 겉과 관련된 어휘 중에 거죽, 가죽이 있습니다. 소리가 조금 바뀌면 거품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 속과는 관련이 없고, 차 있는 것과도 거리가 멉니다. 거짓의 느낌을 보여줍니다.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대하고, 거품처럼 텅 비어 있습니다.  
 
참과 반대가 되는 표현으로는 ‘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반대라기보다는 다른 것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표현이 참깨와 들깨가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참기름과 들기름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참기름과 들기름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입니다. 용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들기름을 써야 할 자리에 참기름을 쓰면 안 됩니다. 참기름이 꼭 나은 것만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참은 가장 기본이 되거나 대표적인 것을 의미할 때도 쓰입니다. 어떤 대상의 이름에 참이라는 말이 붙어 있으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표라는 뜻이니 왜 대표가 된 것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인지언어학에서도 일어납니다. 머릿속에서 원형이나 대표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새 다운 새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새를 가장 원형으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저는 언어나 문화에 따라 원형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언어마다 문화마다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즐거운 과정입니다. 언어학자나 문화학자들이 좋아하는 일입니다. 저는 참이라는 단어에서 실마리를 봅니다. 우리말에서 참은 원형에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새 중에 참이 붙어있는 새는 참새입니다. 저에게 참새는 좀 고민입니다. 이왕 새를 대표하는 것이면 학처럼 멋있는 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참새만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새도 없겠구나 하는 반성도 합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 새이기 때문입니다. 함께하는 게 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꽃 중에는 참꽃이 있습니다. 참꽃이라고 하면 금방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참꽃은 진달래의 다른 이름입니다. 봄에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였던 그 꽃이 참꽃이네요. 그런데 참꽃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참꽃은 원래 먹는 꽃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먹는 꽃의 대표인 진달래가 참꽃이 된 듯싶습니다. 열매만 먹는 게 아니라는 걸 깜빡 잊고 산 것입니다. 잎도, 줄기도, 뿌리도 먹을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꽃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참꽃입니다.  
 
나무 중에는 참나무가 있습니다. 참나무는 다른 말로 상수리나무라고도 합니다. 열매는 묵을 만들고, 목재는 가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훌륭한 나무입니다. 이때 만드는 묵이 바로 도토리묵입니다. 왜 참나무에 참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토리는 우리의 주린 배를 달래주고, 나무로 만든 집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안식처가 됩니다.
 
참이 또 있겠지요. 참이 붙은 말을 찾아보면서 우리는 선조의 생각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즐겁고 신기한 여행이지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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