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와 정의 사이, 고뇌하는 배트맨의 액션
더 배트맨(The Batman)
우리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배트맨은 팀 버튼이 연출했던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연출 ‘다크나이크’ 시리즈에 등장했던 크리스천 베일 정도다. 2018년 벤 애플렉 주연의 새로운 배트맨을 기대했지만 알코올 중독, 이혼 등 사적 문제들로 인하여 결국 무산되어 버리고 말았다. 애플렉이 주연뿐만 아니라 제작, 감독까지 맡는 조건이었다.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이 난감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혹성탈출’, ‘클로버필드’의 맷 리브스 감독에게 연출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에게 배트맨 역을 의뢰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DC 코믹스 배트맨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영화 ‘더 배트맨’은 이제까지의 배트맨 실사들과는 전혀 다른,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적 밴드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가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흐른다. 늘 비에 젖어있는 도시, 음울함이 진하게 배어 있는 도시 고담에는 여전히 비굴한 인물들과 겹겹의 음모가 가득하다. 2년간 고담의 밤거리를 범죄로부터 지켜왔던 배트맨에게 새로운 빌런 리들러(폴 다노)가 나타난다. 재선을 노리는 시장을 살해한 그는 또 다른 살인을 예고한다.
고담 시의 탐정 역할을 수행하며 악과 맞서는 청년 배트맨은 리들러를 상대하는 한편, 비굴한 마피아 두목 팔코네(존 터투로)와 펭귄(콜린 파렐)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숨겨진 사실들에 접근해 간다.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브루스 웨인, 어릴 적 부모가 살해되면서 겪었던 상처와 공포가 그의 심리 안에서 복잡미묘하게 움직인다.
배트맨의 카리스마는 언제나 조커의 존재감에 비례했다. 리들러, 펭귄 등의 빌런들이 이전 조커들에 견줄만한 존재감을 갖춘 인물들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조이 크래비츠는 30년 전 미셀 파이퍼가 ‘배트맨 리턴즈’에서 연기했던 캣우먼 이후 가장 돋보이는 캣우먼으로 등장한다.
패틴슨의 배트맨은 더 이상 수퍼히어로가 아니다. 고독하고 고뇌하는 청년 브루스 웨인의 인간성에 더 많은 초점이 가있다. 동네 건달들과의 싸움에서 자주 얻어맞는 배트맨을 보며 캣우먼 셀리나는 연모를 품는다. 그리고 함께 고담시를 떠나자고 제안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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