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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행복을 어떻게 측정하나요

보통 읽을 책을 고를 때는 신중을 기하는 편인 내가 이 책을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없다. 내 책장을 둘러보던 중에 ‘슬로우’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1973년생 독일인 방송기자이며 영화 제작자인 Florian Orpitz는 원제가 ‘스피드’라는 이 책을 2011년에 출간했고 2012년에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슬로우’라는 제목을 달고 한글로 번역되었다.  
 
프리랜서 방송기자인 작가는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날마다 새로운 정보를 찾아 끊임없이 여행하는 전형적인 디지털 세계의 현대인이다. 그는 자기 작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최신 버전의 휴대전화, 초고속 인터넷을 위한 노트북을 구비하여 시간을 절약하려 했지만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했다. 한번은 다큐를 찍기 위해 아프리카로 탐험 여행을 하던 중 나이지리아 정보 요원에게 체포되어 두 달 동안 고통스러운 재판을 받게 된다. 스파이활동을 기소사유로 14년의 구형에 해당하는 죄목이었다. 그는 자신의 불확실한 운명에 대해 불안을 느꼈고 다행히 외교적인 압박을 통해 석방되었지만 이 악몽 같은 시간 속에서 인생을 재고하게 되었다. 그 후 일 년 뒤에 아들이 태어났고 그 뒤로 그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가 시간을 얼마나 어리석고 불합리하게 쓰고 있었는지 깨달았으며 새로운 생활에 우선순위를 정해야만 했다.  
 
이 책에는 그가 전 세계를 다니며 현대인의 시간 부족 문제와 가속화 현상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기자의 입장에서 시간 관리의 제왕과의 만남, 탈진 증후군 전문가, 디지털 세계와 단절한 기자, 시간 연구자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그다음으로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명성을 얻은 기업 컨설턴트와 인터뷰 후, 로이터 통신 유럽 본부를 찾아가 100만 분의 1초 빠른 뉴스 현장을 목격한다. 알프스 산장지기가 된 한 금융전문가를 만나보고, 스위스 산골 농장에서 3대가 젖소를 키우며 치즈 만드는 가족과 합류해보기도 하며, 4000년 후를 기대하며 황무지로 떠난 노스페이스 창업자도 만나본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탄의 국민 총행복부 장관과 면담을 한다. 정치의 목표가 국민 총생산과 성장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에 둔다는 부탄에서는 학교와 병원이 무료라고 한다. 행복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질 때 생긴다. 이 가능성의 전제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민총행복의 목표다.  
 
경제란 본질적으로 인간과 환경을 착취하는 부패한 기반에서 성장하므로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할 때 총생산이 아니라 총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은 자기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신문 기사도 긴 내용은 끝까지 읽지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가속화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라는 질문보다 바람직한 삶을 살려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무엇이 이런 삶의 대안인지를 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삶을 올바르게 살아내는 일이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속도와 성장에 대한 집착 대신에 개인과 사회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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