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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투우사 결투

“한순간의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한 생명이 죽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영화에서나 황소와 투우사가 결투하는 것을 보았지만 직접 원형 경기장에 가서 결투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빨간 어깨 망토를 걸치고 칼을 황소에게 휘두르면서 스릴 넘치게 결투하는 것을 처음에는 재미로 매우 즐겼다. 그런데 황소가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후 영화도 아예 관람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워싱턴포스터에 발표된 기사를 보고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멕시코시티는 1526년에 처음으로 투우사와 황소 결투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별로 변화된 것이 없어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달, 4만 명이나 되는 관중이 카우리더(Corrida)라 불리는 투우 경기에 플라자 멕시코를 꽉 채웠다. 그들은 투우사가 빨간 망토를 휘저었을 때 열광했다. 황소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거의 모든 결투에서 황소가 죽는다. 투우사가 휘두른 칼에 등이 찔려 죽게 된다.
 
그러나 관중들은 그것이 멕시코시티에서 본 마지막 투우 결투가 될지 모른다고 한다. 시 입법자들이 투우 결투를 금지하는 법안을 올해 상반기에 투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투우 금지령을 내릴 투표를 한다고 한다. 그 나라들은 스페인과 에콰도르라고 한다. 멕시코의 작은 주들도 금지령이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멕시코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투우사와 황소 결투 중심지이다. 관중들은 화가 나 있다. 투우 금지 사상은 다른 나라에서 들어 왔다고 말하고 있다. 투우는 문화 전통이라고 한다. 투우 결투는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길레모 릴은 리포마 신문에 투우 결투에 대해 기사를 썼는데 황소는 싸우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코끼리와 싸우지 않고 물개나 고양이와 싸우지 않는다”라고 신문에 썼다.
 
그러나 투우사 결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투우사 결투는 현대사회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피투성이가 된 죽은 황소의 사진을 배포한다. 또 다른 사진은 투우사 결투에서 황소가 죽은 다음 링에서 질질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표는 입법자들이 전통과 현대인의 삶 사이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아나 빌라그랜은 시의 입법자다. 그녀는 강력하게 동물의 생존 권리를 주장한다. 그녀는 투우사 결투를 강력히 반대한다. 그러나 그녀의 할아버지는 항상 투우 결투를 보러 간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나 자신이 할아버지에게 투우 결투 반대 법안에 투표한다고 말하기가 참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또 “나는 할아버지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도 투우 결투를 반대하고 싶다. 아무리 황소가 싸우기 위해 태어났다 해도 병들어 죽는 것도 아니고 멀쩡하게 건강한  황소가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나온다면 가슴 아픈 일이라 생각한다.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아닐까. 한순간 인간의 눈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의 한 생명이 죽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간혹 투우사도 황소의 뿔에 받혀 죽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투우 결투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반대하고 싶다.
 
얼마 전 스페인 투우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투우사가 붉은 망토를 휘두르며 나타난 검은 황소를 향하여 싸울 채비를 갖추고 아무리 야유를 해도 황소는 꼼짝도 안 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한다.
 
보다 못해 경기장에서 끌려 나갔는데, 당국에서는 ‘영리하고 기품이 뛰어나 탁월한 유전 능력을 인정받은 이 황소는 명이 다할 때까지 종축장에서 씨받이로 기르기로 결정되었다’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이 황소는 투우 경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을까?  

김수영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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