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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화려한 전시 테크놀로지 - 미술관 직원들 사라지는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과 한국미술경영학회에서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최근 논의한 내용은 ‘세계미술경영의 과제: 도전과 변화’였다. 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형 미술관의 경영 방침에 대한 발표에서 경영 인력의 구성에서 형평성, 포괄성, 다양성 등을 추구하는 현황을 보고하였다. 여기서는 인종, 성별, 젠더 다양성 등의 요소에서 지도부로 올라갈수록, 연구직에서도 관리직으로 갈수록 백인과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2015년 앤드류멜론재단(Andrew W. Mellon Foundation)은 미술관관장협회(Association of Art Museum Directors, AAMD)와 미국박물관협회(American Alliance of Museums, AAM) 공동으로 640개가 넘는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 단체를 상대로 다양성이 얼마나 구현되었는지 알아보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기획했다. 미술관관장협회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문화 기관장인 240명 정도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관 관장들이 얼마나 연봉을 받는지는 사는 도시의 생활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2019년 미술관 연봉의 투명성(Art/Museum Salary Transparency 2019)’이라는 이름의 이 문서(웹사이트)에 유명 미술관 관장의 연봉이 나와 있다. 메트로폴리탄의 경우는 박물관 건너편에 관장 가족이 살도록 관사를 마련해 주기에 부동산 가격을 합하면 총액 한국 돈으로 35억원이 넘는 보상을 받는다. 한편 평균적으로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의 대도시, 대형 미술관 관장들의 연봉은 한국 기준으로 연봉 7억원 정도의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한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연구 보조직’ 등의 직책으로 미화 2만 달러가 좀 넘는 연봉을 받고 있거나 정규직 학예연구사들이 미화 7만 달러 정도를 받는다.  
 
2019년에 시작된 이러한 연봉의 투명성 운동은 21세기 들어서 더욱 고착화되어가는 자본의 집중화와 임금 격차는 미술관의 인력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단체 활동을 기획하도록 정치적 운동에 눈뜨게 하였다. 또한 대부분 석사 학위 이상 혹은 박사 학위 소유자인 연구 인력들은 본인들이 임금을 받는 ‘노동자’라는 점을 크게 자각하지 않고 지내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 더더욱 벌어져가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와 무너진 부의 재분배를 직면하고 노동조합의 결성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년 팬데믹 동안 관장과 부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력이 무급휴가를 ‘선택’하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받게 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더욱 부각했다.  
 
한편 전시 기법의 디지털화는 더더욱 가속화되었고 팬데믹 동안 많은 관람객은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 인터액티브 웹디자인 등을 통해서 미술 전시를 감상하였다. 서서히 이전의 활동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만에 갤러리나 미술관은 직접 관람을 위한 예약제를 실시하면서 동시에 전시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해설과 함께 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작된 이상 다시 대면 관람만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6만~7만 달러 연봉을 받고 일의 양이 두 배가 되었다면 누가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예술 분야처럼 최고의 0.5% 정도만이 최고의 보수를 받고 대부분은 ‘열정페이’라고 금전적 보상과 상관없이 그 일이 좋기에 영혼을 담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도 미술관이다.  
 


인공지능 혹은 테크놀로지가 발달하여 결국 미술관 큐레이터 내지는 전시 담당 인력을 대체하게 될까? 미술작품은 물질성이 중요한 부분이라서 관람객의 경험 차원에서 실물을 마주하는 경험을 제거할 수는 없다.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는 전시 기법이 발달하여도 모든 것이 가상현실로 대체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북미 및 유럽의 미술관 경영을 보면 기업체 혹은 아주 부유한 기부자들은 테크놀로지 회사들의 대주주이기도 하기에 가상현실로 만든 그런 체험에 수백만 달러를 쓰면서 학예연구사 한 명 더 고용해서 일 년에 6만 달러 정도 연봉을 주는 것을 썩 내키지 않아 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그런 미술관 연구직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3~4개월 운영하는 디지털 전시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 드는 300만 달러는 6만 달러 연봉을 50번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인플레이션 고려해도 그 금액이면 보존과학자 혹은 학예연구사를 충분히 한 명 30년 근속하도록 고용할 수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느 미술관의 미술작품을 익히고 활용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6개월 프로젝트 기간 같이 일하는 외부 엔지니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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