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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선거판 달구는 무속 논란

고대국가의 왕호인 단군이나 차차웅은 ‘무당’이라는 뜻이다. 그 시절 지배자는 무속의 권위를 통해 정치권력을 정당화했다. 이후 불교와 유교가 차례로 지배적 종교 지위에 올랐고, 무속은 공공 및 정치 분야에서 힘을 잃어갔다.  
 
조선시대에는 무속을 탄압할 목적으로 3년마다 한 번 무당 명부를 작성하고 이에 근거해 정식으로 세금을 거뒀다.
 
16세기 등장한 사림파는 무당 폐지론을 주장한다. 세금을 걷으면 나라가 정식 직업으로 인정하는 셈이니 불법화해 뿌리를 뽑자는 논리였다. 그러나 무세는 국방비, 관청 운영비, 지방관의 판공비 등으로 활용됐기에 1895년 갑오개혁에 이르러서야 폐지된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1915년 ‘포교규칙’에서 신도·불교·기독교만 종교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유사단체’로 규정해 단속 근거를 마련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본격화한 미신타파 운동으로 수많은 굿당이 파괴됐고, 당산굿·풍어제 등의 마을굿도 사라졌다.
 
국가가 주도한 무속 타파의 역사는 이렇듯 길다. 그렇다고 아예 없애지는 못했다. 대표적인 마을 수호신인 산신을 모시는 신앙은 불교 사찰의 산신각으로 스며드는 등 민속신앙은 외래 종교에 융합되기도 했다.  
 
한때는 국가와 공동체를 이끌어가던 민속신앙은 이제 운을 점치고 복을 비는 사적인 영역, 한국인의 무의식에 남아있는 듯하다.
 
‘한국민속신앙사전’(국립민속박물관)은 “무속은 현세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추구하는 현세 긍정의 종교”라서 오늘날에도 생존형 종교로서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석한다. 도덕적 가치보다 실존적 가치, 내세의 구원이나 고매한 이상의 실현 대신 현세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게 보통 사람들에겐 더 시급한 일이라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를 즐기라는 오늘날의 ‘욜로(Yolo)’ 가치관과도 들어맞는 듯하다.
 
대선을 앞두고 무속 논란으로 시끄럽다. 몇몇 무속인은 후보 혹은 배우자의 관상을 봐주거나 점을 쳐줬다고 증언했다. 통계청 ‘서비스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종사자는 2019년 기준 1만745명, 1인당 연평균 매출이 1600만원대에 그친다. 대부분 혼자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다. 대선 후보라면 이들에게 자기 운명을 물을 게 아니라, 거꾸로 이들의 앞날을 고민해줘야 할 듯하다.

이경희 / 한국 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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