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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부엉이와 나!

저는 옛날얘기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이를 먹고 보니 앞을 내다보며 살 날들이 별로 남지 않았음을 체감합니다. 앞으로 더 무엇을 꿈꾸며 어떤 기대를 해 볼 수 있을까요? 우선, 이 철창 없는 감옥 비스름 살이가 길어지다 보니 어떤 계획이나 기대도 걸어 볼 수 없는 무의미한 그날그날을 너나 나나 건강만을 외치며 오늘 하루를 즐겁게 지내라 하네요. 젊은이들까지도 집콕 하면서 컴퓨터와 씨름하는 듯 보이는 것이 천만다행이다가 아니고 싶은, 그런 쓸데없는 걱정도 해 봅니다.  
 
이렇게 우울증에 빠지다 보니 돌연, 옛날, 그때, 그날, 어디에서 누구와 이렇게 저렇게 지냈던 추억거리가 마음 어디에선가 스멀스멀 솟아오르며 기억력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방향을 좀 돌려 오늘은 아주 비밀스러운 저의 ‘스멀스멀 스멀이’를 공개해 볼까 합니다.  
 
기억을 하자면 6·25전쟁 바로 전, 제 나이 7, 8살이었겠지요? 놀기를 좋아하던 제가 다 늦은 저녁에 동네 친구 집으로 나섰습니다. 앗! 저의 대문 넘어 소나무에 엄청나게 큰 부엉새와 눈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는 놀란 토끼가 되어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저기! 저기! 부엉새가 있다고 말을 더듬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흥분에 아무도 반응이 없고, 믿지도 않았고, 시큰둥한 식구들의 표정이 나를 엄청 무안케 했습니다. 다시 뛰쳐나갔을 때는 올빼미마저 어두워 가는 밤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허망했던 제 작은 가슴이었습니다. 왠지 그 기억이 6·25 전쟁보다도 더 생생히 한 편의 영상으로 제 가슴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영상이 세월 따라 길게 시나리오로 쓰이며 가슴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왠지 그 부엉새가 언제건 나를 다시 찾아와 주리라고 기다렸던 세월이었습니다. 살면서 그때 그 부엉이가 아니라도 진짜 부엉새를 만나봤으면 하는 기대로 살았습니다. 이는 어느덧 내 어린 시절에 신기했던 그 순간이 내 생에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줄 수호 천사의 부적으로 가슴에 물들인 듯했습니다. 어렸던 제가 부엉새를 만났다는데 시큰둥했던 가족들에게 그 날이 얼마나 놀랍고 귀한 날이었나를 나 자신과 가족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자존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엄마가 부엉새를 얼마나 만나고 싶어 하는 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밤에만 나타나는 부엉새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는 않지요. 밤이면 부엉새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이 달려와 “엄마, 부엉새 소리 들려요?” 알려줍니다. 급히 나가도 절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도 애타게 기다려지는 그 부엉이가 언제고는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Guardian Angel로 그 기다림이 안타까웠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믿을 수 없는 그 날이 왔습니다. 환한 대낮 저희 현관 화분 걸이에 두 마리의 어린 부엉새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너무도 놀라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금방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조심조심 숨어서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기 형제 중 한 놈은 옆 나무로 왔다 갔다 노닐고, 점잖아 보이는 형님(?)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두리번거림이 혹 나를 찾고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너무도 신기하고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아까워 재빨리 나만의 독백을 했습니다. “애들아, 혹 너희들 나하고 같이 우리 집에서 살려고 왔니?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너희 어머니가 너희들을 나에게 보내 주셨구나? 아! 너희 엄마는 돌아가셨겠지? 그래, 내 엄마도 가셨단다. “얘들아! 참  반갑고, 기쁘고! 고맙다! 그래, 우리 같이 살자?” Okay! 이렇게  제마음을 전했습니다.  
 
잠시 후 부엉이 형제는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마음이 허하고 눈시울이 뜨거워 왔습니다. 꼭 또 와 달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너무도 생생한 실화입니다. 이제 누가 나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옛날 어린 나에게 와 주었던 늠름한 그 부엉새는 그간 나의 삶을 곁에서 힘차게 밀어주었습니다. 어린 수호 천사를 대신 보내 주면서 나, 이 노인의 소원도 풀어주었습니다. 저의 진정한 실화입니다. 오늘 나는 그 깊은 굴속에서 나의 비밀을 조심스레 꺼내어 따스한 햇볕을 꽤 훨훨 날려 보낼 수 있었던 기쁨의 날이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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