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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4년 만에 다시 만난 찰리

이유가 여러 가지다. 일상생활에서 아침 운동이 사라진 것이 언제부터일까. 팬더믹 때문이라고 투덜대기엔 소득 없는 핑계가 된다. 무엇을 탓해서 내게 돌아온 건 부실한 건강뿐이다. 어깨가 아팠다. 각막 손상을 받고 이식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이어진 회복까지 시간이 길었다. 게다가 교통사고로 이런저런 치료 받던 날들까지 있었으니 아마 4년 남짓?
 
아직도 어깨가 아프지만 이대로 방구석 귀신이 되기보다는 결단을 내렸다. 늘어질 대로 늘어지는 늦잠을 아침 알람으로 때리고 매섭게 침대를 탈출한다. 폐쇄됐던 공원 활동이 재개된 지도 한참이라 예전 배드민턴 동우회들이 활발하단 소식을 들었다.
 
공원으로 가는 길 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무심하게 지나는 나를 향해 괴성을 토해내며 달려온다. 아하, 찰리. 너구나. 세상에 세상에…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 거니? 한참을 철문을 사이에 두고 재회의 환희를 나눈다. 신통한 녀석. 종자도 색깔도 생김새도 어느 것 한 가지 내 맘에 드는 구석이 없는 잡종. 오래전 배드민턴을 시작했던 공원으로 주인과 산책을 다니던 녀석이다. 강아지라면 무조건 달려가 말을 걸던 나였지만 선뜻 다가가 인사를 건네기엔 너무 보잘것 없는 꼴이어서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공원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돌진해 오는 그 녀석을 만났다. 내게 격한 인사를 한다. 마침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이름이 찰리란 걸 알았다. 주인의 말이 찰리가 너를 알아보고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보통은 이런 반응을 안 보이는 녀석이란다. 그렇게 매일 아침 공원을 오가는 길에 잠깐씩 그 녀석과의 교감이 1년여 쌓여 갔었다.
 
그러다 아침 운동을 멈춘 지 4년이다. 그럼에도 나를 기억한다고? 찰리가 나를? 문앞에 주저앉아 자유롭게 손이 드나드는 철문으로 녀석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고맙다 찰리야. 우리 인간들이 사는 이 삭막한 공간에서는 만나기 힘든 따스한 마음을 가졌구나. 귀한 마음 내게 주니 많이 행복하네. 이젠 내 마음에 네 공간을 만들게. 그냥 스쳐 지나가며 잊고 마는 그런 사이가 아닌, 가슴에 두고 생각하면 따뜻해지는 친구로 할 거야.
 
이 나이가 되도록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개 만도 못하다’란 표현이 뇌리를 스친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내가 찰리만 못했구나라는 자각이다. 귀엽고, 예쁘고, 털이 하얗고, 앙증맞게 쪼끄만 강아지들만 쫓아다니며 이쁘다, 귀엽다, 안아주고 싶어 안달을 떨던 내 모습이 선명하게 부각되면서 차가움에 소름이 돋는다.
 
중간 사이즈에 황갈색 몸뚱이와 볼품 없는 긴 꼬리도 거슬린다. 어정쩡 섞인 색으로 눈이 안 보인다. 보통 강아지들은 눈이 똥그랗고 새까맣게 초롱초롱한데 말이다. 찰리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땠을까? 사랑 없이 그냥 ‘하이’해주던 인사가 고마웠던 걸까? 볼품으로 따지자면 나도 찰리나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양새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노기제 /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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