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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평창 여름올림픽을 상상한다

‘폭설은 올림픽 개최지 베이징에 반가운 문젯거리(Welcome Problem).’
 
지난 12일 로이터 환경 기사 목록의 톱뉴스로 걸린 기사다. 자원봉사자들이 싸리빗자루를 들고나와 눈 쌓인 바닥을 바쁘게 쓰는 사진과 함께다. 스키 경기 등이 열리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는 이날 새하얀 색으로 뒤덮였다. 갈색의 황량한 모습에서 완벽한 환골탈태. 눈도 안 오고 올림픽 느낌도 나지 않던 베이징을 위한 하늘의 선물이었던 걸까. 겨울올림픽 도중 눈이 내리는 게 외신의 빅뉴스가 된 웃픈 현실이다.
 
편파판정 논란으로 말 많고 탈 많은 올림픽이지만, 최고의 뉴스메이커 중 하나는 눈(雪)이다. 설상(雪上) 종목이 열리는 베이징 인근 지역은 기계의 힘을 빌린 인공눈 사용률이 100%에 달한다. 자연설 구경이 어려워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밖 인공위성으로 경쟁국 경기장을 엿봤다. 지난달 말 NASA 사진에선 하얀 스키 슬로프와 바짝 마른 주변 산지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그렇다 보니 가뭄을 겪는 주민들 먹을 물로 경기장을 채운다. 이번 올림픽용 인공눈을 만드는 데 물 1억8500만L가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1억 명이 하루 동안 마실 양을 제설기로 쏟아내는 셈이다.
 


“베이징은 개최 자격이 없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년 뒤 올림픽이 열릴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중국과 이웃한 한국은 더 불안하다. 기후변화가 빠르게 덮치고 있어서다.
 
4년 전 기억이 생생한 강원 평창은 이대로라면 겨울올림픽을 다시 꿈꿀 수 없을지 모른다. 지난달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현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역대 겨울올림픽 개최지 21곳 중 일본 삿포로만 2080년에도 다시 치를 수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평창은 아예 2050년부터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베이징은 개최 불확실을 뜻하는 ‘노란불’이 떴다. 평창이 기후위기 직격탄을 더 맞는 셈이다.
 
겨울 기온이 높아지고 눈도 오지 않는다? 아예 이참에 평창 여름올림픽을 유치하는 상상을 해본다. 시원한 환경에서 선수들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말 평창이 참고할 만한 국내 기후 전망 자료를 내놨다. 지금처럼 탄소를 계속 배출하면 2081~2100년 강원도의 연중 폭염일수는 두 달(60.7일)까지 치솟는다. 반면에 같은 시기 국내 전역의 겨울 지속 기간은 평균 39일에 그친다. 여름이냐, 겨울이냐. 30년 뒤 평창올림픽이 언제 열릴 수 있을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니라 우리에게 달렸다.

정종훈 / 한국 사회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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