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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손소독제 알코올 도수

 코로나 장기화로 다양한 방역용품이 일상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젠 어린이도 집 밖을 나설 땐 마스크를 자연스레 쓰고, 청소년들도 소주 대신 손소독제에서 생애 처음으로 알코올의 독한 향을 접하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사용되는 손소독제 도수는 대략 얼마쯤 될까. 향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흔히 마시는 술보다 한참 높은 건 알겠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꼽아본 이는 드물 테다. 답은 “제품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최소 70%는 넘어선다는 나름의 기준은 있다”라는 약간 김빠지는 내용이다.  
 
이 숫자는 어디서 왔을까.
 
독주를 삼키면 식도가 따가운 건, 알코올이 식도에 있는 세포에 흡수돼 국소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술이야 식도를 아프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지만, 알코올 소독은 세균에 이런 식의 손상을 최대한 일으킬 수 있는 농도를 골라내야만 한다.  
 
얄궂은 건 알코올 100%가 되려 소독 효율이 낮다는 점이다. 너무 고농도의 알코올은 마치 센 불에 고기를 굽는 것처럼, 겉만 바싹 태우고 내부는 전혀 익히질 못한다. 실험을 통해 70~80% 정도의 알코올 농도가 세균 내부까지 스며들어 세균을 죽이는 덴 최적이란 결과가 나왔고, 그 값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안타까운 건 비슷한 부류의 실험이 세균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도 진행됐다는 점이다. 주류업계가 여성을 새로운 공략 목표로 삼으면서 소주 도수를 낮추는 초장기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23도이던 소주는 2019년엔 16.9도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2013년을 기점으로 국내 인구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런 추세를 견인하는 건 남성보단 저 도수 소주로 음주 습관을 처음 형성한 젊은 여성들이었다.
 
주류업계에는 좋은 일이었겠지만, 2005년 이후 한국의 고위험 음주율은 나날이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남성 애주가 비율은 정체했으나, 여성 고위험 음주율이 계속 높아지는 탓이다.  
 
고위험 음주 기준이 너무 강퍅하다곤 하더라도, 국내 알코올중독 환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9.1%에서 2020년 22.7% 수준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음주 경향을 넘어 질병의 영역에서 뚜렷한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술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원 마련은 난항을 겪고 있다. 담배에는 담배가 끼치는 해악을 건강증진부담금의 형태로 책임을 묻고 있으나, 술에 대해서는 ‘서민 증세’를 앞세운 주류업계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하는 탓이다.  
 
손소독제가 세균을 죽이는 최적 도수를 구해냈듯, 주류업계는 여성에게 알코올 의존을 유발하는 최적 도수를 어느 정도 산출해냈다. 코로나가 벌어 준 ‘회식 공백’이란 골든타임도 이제는 끝나가고 있다. 대책이 나오길 빈다.

박한슬 /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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