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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나보고 어쩌라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무리가 가까이 다가와 나를 둘러쌓다. 바이러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안절부절못하다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2시다. 복식호흡 몇 번 하다가 다시 잠에 빠졌다. 갑자기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잠이 또 깼다.  
 
재작년에 96세로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새벽 3시면 잠에서 깨셨다. 늦어도 밤 9시에는 잠자리에 드셨으니 적어도 6시간은 주무셨다. 문제는 본인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늘 불면증약을 달고 다니시며 하소연을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 9시에 자서 3시에는 일어났는데 주무실 만큼 주무시지 않았나요?”
 
“새벽 3시에 일어났는데 어찌 잠을 충분히 잤다는 게냐?”
 
“그러면 더 늦게 주무시고 늦게 일어나세요.”
 
“난 9시엔 졸려서 더 늦게는 자지 못한다.”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나 심심해서 전화했다.”
 
“TV 보세요. 요즈음 한국 연속극 재미있는 것 많이 하잖아요.”
 
“난 TV는 재미없다.”
 
‘책이나 읽으세요’라고 말하려다 도로 삼켰다. 바쁜 나를 붙잡고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셨다. 선인장을 닮은 나는 가시로 콕콕 찌르듯 까칠하게 남편에게 말했다.  
 
“10여 년 넘게 듣는 똑같은 소리 더는 못 듣겠어. 심심한 네 엄마 먼저 전화해서 시원하게 속풀이 해드려.”  
 
“내가 도리도리라도 하며 엄마 심심풀이 땅콩 하라고.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밥하고 빨래뿐이 달리 소일거리가 없는 엄마를 걱정하셨나 봐.”
 
평생 하던 일을 멈춘 시어머니는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 걸었다. 자식들은 물론이고 주위에 친분 있는 분들에게도 자주 전화하다가 “전화 좀 고만해요”라고 꽥 지르는 소리까지 들으셨다. 시할머니 시집살이, 6·25 전쟁 그리고 집 떠나 평생을 사셨던 시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곱씹으시다가 섭섭함이 복받치면 침대에 돌아누워 벽을 바라보고 훌쩍이셨다. 긴 밤은 무섭고 낮은 지루했던 시어머니는 ‘빨리 죽어야지’를 수시로 내뱉으셨다.  
 
요즈음 컴퓨터를 할 줄 아는 나이 든 분들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를 생활에 응용하느라 바쁘다. 아니면 종교에 빠져 성경책을 읽거나 기도하며 바삐 사는 분도 많다. 허위정보 유튜브일 수도 있고 종교의 노예로 현실 도피일 수도 있지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주위 사람들은 들볶이지 않는다.  
 
인생에서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만남으로 결정된다.
 
나는 좋은 부모를 만났다. 그리고 남편도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다. 아이들 또한 운 좋게 잘 만났다. 항상 그들에게 감사한다. 진정으로 감사하다면 심심하다고 외롭다고 그들에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고독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가족의 시간과 에너지를 축내지 않게 나 자신의 창조적인 삶을 살아야지 다짐한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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