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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꿈의 디자이너 디올

지난 12월부터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찬 디올: 꿈의 디자이너’(Christian Dior: Designers of Dreams) 전시회에 다녀왔다. 브루클린 뮤지엄은 그 크기와 보유 예술품 규모도 압도적이지만, 예술작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자극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전시를 해서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이다. 오래전의 바스키아 전시도 그렇고, 이번의 디올 전시도 그러하다.  
 
원래 디올은 순수미술 쪽이었지만, 그래서 갤러리도 열었지만, 세계 대공황으로 갤러리를 접고, 생계를 위해 패션 일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게 패션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전시는 1946년, 디올의 첫 오트 쿠튀르 하우스 시절의 허리가 잘록하고 밑으로 갈수록 퍼지는 드레스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1952년, 디올이 이탈리아에서 사고로 사망한 이후 크리스찬 디올 브랜드를 거쳐 간이브 생 로랑, 마르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현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에 이르기까지 7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작업이 연대기적으로 펼쳐진다. 이들 모두 디올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여성·꽃·예술·역사·문화 등 디올 브랜드를 대표하는 다양한 테마를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재해석했다. 대규모 전시임에도 절묘한 구성과 드라마틱한 연출은 패션을 통해 고전과 현대의 예술적 조화까지 창출해주는 서사를 담았다.  
 
전시의 압권은 ‘아름다운 18세기’ 전시관이다. 베르사유 궁전 내부 거울의 방을 본떠 제작된 전시장은 까마득히 높은 거울 벽면에 고전 회화의 무도회장에 등장하는 클래식한 디올의 의상들이 거울에 반사돼 환상, 그 자체였다. 사람들 모두 입을 벌리고 선 자리에서 그저 빙글빙글 돈다.
 
여기서 패션과 미술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많은 디자이너가 화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다. 여성성을 강조한 디올의 패션 철학 역시 18세기 프랑스 화가 엘리자베스 르 브런(Elisabeth Vigee Le Brun)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복,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 신고전주의 양식인 베르사유 궁전의 건축 양식은 물론 궁전 내부의 루이 15, 16세가 사용하던 장식적인 가구들도 그의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그러나 가장 역사적인 콜라보는이브 생 로랑과 몬드리안의 만남일 것이다. 1965년 발표돼 몬드리안 룩이라고 명명된 몬드리안 드레스는 생 로랑의 대명사가 되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매혹적이고 퇴폐적인 화려함은 로렌 스캇의 옷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땡땡이 그림으로 세계 미술계를 평정한 쿠사마 야요이는 루이 비통과 함께,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와 무라카미 다카시, 리바이스와 데미안 허스트, 유니클로와 키스 해링 등 너무 많다.  
 
크리스찬 디올(1905-1952)은 자기의 드레스가 모든  여성을 공주님으로 만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든 여성에게 패션은 자신을 공주님으로 착각하고 싶은 욕구의 발현이다.  
 
디올의 이름 크리스찬은 내 둘째 사위와 같다. 둘째 사위 크리스찬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내가 만든 쌈장을 아주 좋아하는 진짜 한국의 맛을 아는 친구다. 그의 패션도 현재의 트렌드를 리드하는 패셔니스타라고 할 만큼 핫하다. 친구들은 그런 크리스찬이 미남 사위라고 부러워하는데 내 눈엔 글쎄… 크리스찬이란 이름이 좋은 건가? 같은 이름의 두 사람을 감히 견주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인가?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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