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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임을 잃은 친구여!”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정든 임을 먼저 보내드린 친구가 늘고 있습니다. 실은 코로나19로만은 아니지만 예기치 않았던 속에서 차츰 늘어나는 죽음에 익숙해지는 우리 삶에 침울과 두려움이 겸하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여문 정든 임을 잃은 친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 없어 그냥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눈물이 고여 왔습니다. 돌아오는 발길이 아주 무거웠습니다. 아마도 언제고 곧 나에게도 닥쳐올 순간을 체험하는 듯 몸이 떨렸습니다. 친구의 가슴과 머리엔 어떤 복잡함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친구의 가슴을 내가 어찌 추측조차 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슬픔을 잊어버리는 기간은 대략 석 달이 걸린다고 언제였든가? 믿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하늘에 감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좋은 추억이 아닌 어떤 슬픔과 죽음의 기억은 남기고 싶지 않았던가 봅니다. 타향에 산다는 핑계로 내 어머님의 기일을 번번이 잊고 살고 있습니다. 이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나, 그리고 오십여 년을 함께 살아온 옆 사람을 내 깐에는 염려하는 내가 석 달이란 기간이 진짜일까 믿기 어려워집니다. 오늘이 며칠인지? 어제저녁은 무엇을 먹었던가? 알쏭달쏭합니다. 나만이 아닌 대충 우리 나이가 그렇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기억력이 좋아 대답이 척척 나오는 친구가 부러움보다는 얄미울 때가 더 많으니 아는 척하는 것도 눈치껏 해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점수를 줘야 함이 속 편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우리는 우리의 앞길을 함께 걷고 있음이 참 정겨워집니다. 한 이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다가오는 날들을 생각지도 않았고 앞만 바라보며 즐거운 날들이 어서 돌아오기를 손을 꼽으며 졸업 육십년 행사와 여행을 꿈꾸지 않았던가요? 특히 이 팬데믹이 우리를 더 빨리 나이를 먹게 하는 방해꾼처럼 느껴져 억울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아이가 되어가며  투정을 부리고 있습니다.  
 
날씨는 춥고 눈이 수북이 쌓였건만 햇볕이 쨍쨍인 밖을 내다보며 푸념을 하는 내게 돌연 홀로된 친구들 얼굴이 저 햇빛에 비쳤습니다. 친구여!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요? 한쪽 날개를 잃은 당신께 위로의 말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돌연 우리의 뒤를 돌아봅니다. 당신의 행복했던 그 날, 아이들을 키우며  즐거웠던 추억, 보람으로 남게 된 이국땅에서의 삶,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스라한 주마등 불빛 같이 스쳐 갑니다. 청실홍실 부부로 다정하게 살았던 절친 언니가 벌써 일찍 남편을 잃었을 때  언니의 가슴이 오발탄을 맞아 뻥 뚫린 것 같다는 허한 가슴을 쓸어 안았을 때, 내 나이가 억세게 젊었을 때라? 뭔소리를 하는지 도통 감이 없었던 무수리였습니다. 세월은 사정없이 흐르고 흘러서 나이가 드니 제가 인제야 그때 그 언니 뻥 뚫린 가슴을 감히 느끼고 있습니다.  
 


친구여! 이제 50여 년을 같이 살아온 여보, 당신과의 가슴이 어떤 느낌인지 묻고 싶습니다. 흔히 돌아다니는 속어에  “있을 때 잘해라!”가 있더라고요! 최선을 다했다 해도 모자라는 여보, 그리고 당신이 아니었던가요? 이젠 우리에게 “앞만 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로 즐기며 살라” 하니 이 모토가 더 큰 위안이 되지 않습니까?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잊고 살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호르몬에 오늘 새삼 감사를 드립니다. 친구여!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 삶에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는 것이 진리였습니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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