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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뉴욕한인회 설날 나눔 행사 풍경

지난 토요일(5일) 플러싱 머레이힐역 인근은 춥지만 화창했다.  
 
폭설이 만들었던 지저분한 잔해는 전날 온 비로 씻겨 나가 거리는 깨끗했다.    
 
한주 전 눈으로 취소됐던 뉴욕한인회 설날 나눔 행사가 열린 거리 곳곳은 북적대면서 흥분되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많은 직능단체들이 참여해 쌀포대부터 떡국 떡, 만두, 냉동식품에 과일까지 나눠주는 데다, 무대에서는 흥을 돋우는 공연까지 더해서 딱 옛날 장터 분위기였다.  
 
한 할머니가 다짜고짜 내게 한국사람이냐고 물었다. 욕심껏 나눠주는 물건들을 받았는데 도저히 혼자 가져갈 수 없는 양이라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했다. 받아 든 전화기에는 입력된 번호가 단 몇 개 뿐이고, 아들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전화 거는 방법도 모르는 것 같아 걱정이 됐다.  
 
겨우 연결한 아들은 일하고 있어 어머니를 모시러 갈 수 없다면서 난감해 했다. 세상이 험한데 왜 혼자 갔냐면서, 무거운 물건은 싹 다 버리고 길만 잃지 말고 집으로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참석해 한인들에게 일일이 명절선물이 담긴 봉투를 나눠주면서 “해피 뉴이어”를 외쳤다. 지역정치인들도 한데 모여 모범적인 한인사회의 발전상과 한인단체들의 헌신적인 기여를 칭찬하는 데 바빴다. 한인 소상인과 이민자를 위한 정책을 아낌없이 실현시키겠다는 약속들도 내걸었다.  
 
늦게 행사장을 찾은 척 슈머 민주당 연방상원 원내대표는 길게 줄을 선 한인들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어렵사리 배운 한국말로 “여러분의 상원의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반복했다. 줄선 일행들은 영문도 모르고 박수를 치다가 옆에서 “상원의원이래요” 하니까 “홍준표, 윤석열은 알아도 여기 국회의원은 몰라”라고 했다.  
 
올해로 세 번째인 행사는 참여기업과 기관들이 늘면서 눈에 띄게 풍성해진 모습이다. 독지가부터 한인기업까지 나누는 물품들이 넘쳐나는 게,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인사회에 나눔 문화가 정착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로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많았다. 공간은 좁고 사람은 많은데 밀치는 사람들이 많아 안전사고가 걱정됐다.   
 
이날 머레이힐역 주변은 하루종일 들고 나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대놓고 가족을 총동원해 받은 물건을 실어 날랐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 기다렸다는 한 주민은 “일찍 서둘렀는데도 이미 줄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실직한 데다 몸까지 아파 먹고 살기가 막막한데, 받은 먹거리가 너무 고맙다”면서 꾸러미들을 들고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은주 / 편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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