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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歷知思志)] 한복

 “내가 철이 나서도 조선옷을 한복(韓服)이라고 부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한복(韓服)하면 어쩐지 한복(漢服)을 연상케 된다. 한복(韓服)보다는 조선(朝鮮)옷이라는 말이…역시 조선 사람에게는 조선복이 어울린다.”
 
1940년 2월 1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소설가 이무영의 기고 중 일부다. 당시 한복(韓服)이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중국옷(漢服)과 발음이 같아 혼동될 수 있으니 ‘조선옷’으로 부르자는 것을 보면 한복(韓服)이 중국옷과 다르다는 구별도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내 소수민족 대표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자 ‘문화 동북공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중국 내 조선족을 감안하면 한복이 소수민족 의상으로 등장한 것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매우 복잡한 배경을 안고 있다.
 
그동안 중국 측에서는 한국 사극의 한복이 중국의 ‘한푸(漢服)’를 베낀 것이라며 깎아내렸다. 한국 측에서는 이를 문화 공격으로 간주하고 날카롭게 대응했다. 중국은 문화뿐 아니라 역사와 영토 문제로도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인도·대만·일본·베트남·한국 등 중국 주변국 중에서 이런 갈등에서 비껴간 것은 과거 공산주의 형제국이던 러시아와 북한뿐이다.
 
아시아의 번영과 우호의 증진을 내세우는 중국에 대해 주변국의 반응은 왜 냉담한지 고민할 때가 됐다.

유성운 /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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