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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약물 재창출’과 코로나 치료제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려 한 달 가까이 혼수 상태에 있다 깨어난 영국의 여자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바이애그라를 다량 투여하는 치료로 자신이 회복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농담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언뜻 맥락 없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미 2020년부터 미국, 영국, 중국 등은 바이애그라와 같은 혈관 확장제가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심각한 폐호흡 곤란에 효과를 보일 가능성에 대해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었다.  
 
전 세계가 사상 유례 없는 팬데믹 위기에 빠지자 보건 당국과 제약회사에서는 즉각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거나 증상 치료 가능성이 있을 유사 약물군들을 중심으로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을 검토했다. 항바이러스제, 항체치료제, 심혈관계 약물 등이 거론됐는데 바이애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도 그중 하나였다.
 
이처럼 처음 개발 목적과 달리, 혹은 최초 허가된 적응증을 넘어 새로운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적응증을 확대하는 전략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돈과 1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고도 정작 성공률은 10%도 되지 않는 험난한 신약 개발 과정을 생각할 때 ‘약물 재창출’은 시간과 돈과 노력과 실패의 위험을 많이 감소시키는 효율적인 신약 개발 전략 중 하나이다.  
 
90세가 넘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살렸다는 면역항암제는 미국에서 2014년 처음 허가 받은 이후부터 작년 말까지 16가지 암, 30여 개 적응증으로 확대되면서 ‘약물 재창출’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물론 다양한 암종이 비슷한 면역 회피 작용을 보이기 때문에 항암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타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긴 하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1997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바이애그라는 2005년에 다시 ‘레바티오’라는 새로운 제품명으로 폐동맥 고혈압 적응증을 추가했다.  
 
허가된 두 적응증 외에도 바이애그라의 고산병 치료 효과가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알츠하이머 예방 가능성도 보고되어 새삼 또 주목을 받았다. 클리블랜드 병원 의학연구소의 미국인 700만 명의 6년간 진료 기록에 따르면 실데나필을 복용한 환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이 현저히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임상적 사례들이 충분한 동기가 되면 새로운 질환에서의 작용 기전을 규명하고, 정식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엄격한 연방식품의약국(FDA) 심사를 거쳐 적응증을 확장하는 ‘약물 재창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약물 재창출’ 코로나 치료제 1호는 미국에서 중증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였다.  
 
첨단 인공지능(AI) 분석 기법을 통해 2020년 말에는 100여 개가 넘는 코로나 치료 ‘약물 재창출’ 후보 물질들이 도출됐다. 2021년 말 승인된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도 약물 재창출로 탄생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8건의 약물 재창출에 의한 코로나 치료제가 현재 개발 중이라고 한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전파력은 강하나 중증 감염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오히려 독감과 같은 엔데믹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거기에 백신과 신약 치료제와 기존 약물 재창출에 힘을 쏟는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이 합쳐져 팬데믹을 이겨내고 일상을 회복하는 2022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류은주 / 삼양 바이오팜USA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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