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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 발전의 원동력 ‘해운산업’

지금 해운시장은 한창 호황이다. ‘지구상 최고의 도박판은 라스베이거스에 있지 않고 바다에 떠 있다’라는 말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해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생겨난 문구다.  
 
아시아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상품(컨테이너)이 항만에 즐비하게 쌓여 있고, 미국 항만에는  아시아로 돌아 갈 빈 컨테이너와 원자재가 실린 컨박스가 터미널마다 높이 쌓여가고 있다.  
 
항만청은 해결책으로 컨 적체 해운사에 벌금(컨당 하루 100달러)을 부과하는 강경책을 쓰기 시작했다. 실익은 별로 없는 형국이다. LA외항에 선박들이 줄줄이 대기했던 것은 항만에 컨테이너를 내려 놓을 공간부족이 주원인이었고, 이 파장이 결국 물류대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제 상황은 항시 침체와 회복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해운시장도 호황과 불황이 10년 사이클 주기로 순환한다는 통념이 있다. 따라서 해운사는 호황 때 올린 수익으로 불황을 대비해 비축해야 한다. 불황 때에는 선박가격이 하락함으로 선박을 공격적으로 발주해 호황의 타이밍에 맞추어 투입하는 원리로 경영해 나가야 한다.  
 
이 원리를 가장 잘 이용하는 해운사가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 라인이다. 불황 시기에 가격이 하락한 선박을 구입했다가 호황 때에 비싸게 팔거나 임대해 주는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번 부자가 바로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다.
 
국가 중에는 덴마크나 스위스처럼 해운으로 먹고 사는 나라도 있지만 상품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도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대표적인 국가다.
 
한국 수출기업들은 요즘 선박(컨선 스페이스)을 구하지 못해 납품기일을 못 지키고, 위약금까지 지불하고 있다. 신뢰성 불량으로 수출계약이 끊겨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례까지 급증하고 있다.  
 
선박은 턱없이 부족하고 납기일은 지켜야 하니 엄청난 운임을 감수하면서 항공편으로 제품을 보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기업들과 해양수산부는 요즘 같은 때에 한진해운만 있었더라도 수출하기가 이렇게 까진 어렵진 않을 텐데라는 자조 섞인 말을 자주한다고 한다. 경기변동과 해운시장의 미래를 한치 앞도 못 보고 한국 제1의 해운사, 세계 7위의 선복량(106척)으로 3대양 노선망을 가진 국적선사를 너무 쉽게 사라지게 한 것은 정부의 실책이다. 정부가 단순히 한진해운을 버린 것보다 40년간 쌓아온  ‘해상 네트워크’를 날린 것이 더 안타깝다.  
 
정부는 선박 부족으로 수출상황이 어려워지자 타계책으로 현대상선(HMM)에 대규모 투자를 했으나, HMM은 해운동맹(THE Alliance)의 멤버로, 동맹의 선박투입 제한에 묶여 한국 위주로 선박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제2의 선사에 투자를 하면 바로 선복과 해상망을 복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일본 해운사나 중국, 대만 해운사는 자국 수출기업과의 운송계약이 우선이며,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기업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중국, 홍콩, 대만에서 만선이 되면 아예 한국 경유를 포기하고 바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운항하는 일도 허다하다.    
 
수출과 해운은 밀접한 관계다. 우수한 제품을 수출하고 싶어도 선박이 없으면 길이 막힌다. 식량과 에너지, 원자재 대부분을 해상을 통해 수입하고, 제품을 만들어 해상으로 수출하는 한국 입장에서 차기 정부는 해운산업을 최우선으로 되살려야 할 것이다. 해운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있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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