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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네 탓’의 선거판

‘덕분에’와 ‘탓에’. 두 가지 모두 특정 현상의 원인이나 까닭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의미가 비슷해 종종 혼용되지만 용법은 완전히 다르다. ‘덕분에’는 긍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이유를 설명한다. 반면 ‘탓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원인을 밝힐 때 쓰인다. ‘은혜를 베풀어 주신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라는 문장에서 ‘덕분’을 ‘탓’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설 연휴 전에 갖기로 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자토론이 무산됐다. 양측이 자료 반입여부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 양측은 토론회를 못한 것을 ‘네 탓’으로 돌렸다. 상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민주당 측은 “자료를 보아야만 토론할 수 있는 준비 안 된 후보”라고 깎아내렸다. 국민의힘은 “범죄혐의 자료를 지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대장동 토론을 피하려는 억지”라고 맞받았다.  
 
양측은 각각의 다른 이유를 들었지만 토론회 무산을 ‘네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대선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를 벗어나 압도적 우위를 보인 후보는 없다. 그런 만큼 선거전은 가열되고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도 선을 넘는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스캔들이 유난히 많은 것도 상대후보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는 빌미가 됐다.  
 


‘네 탓’의 선거판에 네거티브 캠페인이 난무한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후보의 결점을 부각시키는 선거 전략이다. 여기에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된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파급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장점을 내보여 지지율을 높이는 것보다 상대방의 단점을 드러내 지지율을 낮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단기간 내에 결과가 나타나는 경제성도 있다.  
 
노터데임 대학 연구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를 접한 유권자의 14%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다. 반대로 지지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광고를 보았을 때 상대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심리학 테스트에서도 긍정적인 내용을 들었을 때 다시 전달하는 비율은 10% 아래지만 부정적인 내용은 90%를 넘는다. 또한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기억은 강하고 오래 남는다. 차 사고를 당한 날은 기억하지만 차를 운전했던 수많은 날들은 기억에 없다. 항상 보는 평범한 날씨보다는 폭풍우 치던 날의 기억이 더 또렷하다.  
 
미국 선거역사에 네거티브 캠페인의 대표적 사례로 ‘윌리 호튼’ 효과가 있다. 1988년 조지 H. W. 부시와 마이클 두카키스 대선 때다. 당시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두카키스는 수감자의 주말 휴가제를 지지했다.  
 
하지만 주말 교도소에서 외출 나간 윌리 호튼이 강간 살인을 저질렀고, 부시 진영은 네거티브 광고를 통해 휴가제를 지지한 두카키스를 맹공했다. 동시에 범죄의 공포와 인종 문제도 부각시켰다. 결국 부시는 백악관에 입성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부시 진영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효했다고 분석했지만, 그후 당선과 연관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선거 캠페인은 후보의 역량을 강조하고 정책 제시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는 전략에 치중해야 한다. 네거티브 전략은 단기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대선을 한 달 남긴 상황에서 후보들의 스캔들은 계속 터지고 상대 후보에 대한 막말은 끝이지 않는다. ‘덕분’의 정치는 실종되고 ‘탓’의 정치만 남았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중상과 비방에 가장 좋은 해명은 진실”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에게는 어떤 진실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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