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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큰 도끼 작은 도끼, 그리고 저울 추

나는 ‘왕’이로소이다. 임금 왕(王), 바로 그 글자란 말이외다. 서기 100년경 허신이란 자가 나(‘왕’자)에 대해서 해설을 한 적이 있지요. 세로로 그은 세 줄은 하늘, 사람, 땅을 나타내고, 가로로 내리 그은 한 줄은 천, 인, 지를 관통하는 권위를 나타낸다고. 그럴 듯하지요. 임금이란 자리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하늘의 뜻을 아우르는 고상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허신은 한(漢)나라 사람입니다. 1만여 한자의 유래, 뜻, 발음 등을 설명한 중국 최초의 자전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지었습니다. 오늘의 중국 글자를 한자(한나라 글자)로 부르게 된 것은 물론 한나라가 생기고 난 후의 일이지요. 나 ‘왕’자를 비롯한 많은 글자들은 그 전에 천년 이상 쓰였었죠. 그런데 그 글자들 앞에 턱 하니 자기 나라 이름을 갖다 붙여서 마치 제 것인 양 만든 것은 한나라의 터무니없는 자랑질이지요. 글자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한족(漢族)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런데 19세기 말 거북 등껍데기에 새긴 글자들이 발견되고 나서 나 ‘왕’자의 기원에 대한 직설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지요. 문자가 새겨있는 갑골은 상나라의 수도였던 은허 지방에서 많이 출토가 되었지요. 처음에는 용골(용의 뼈)로 알려져서 한약재로 팔렸습니다. 1899년 어느 눈 밝은 사람이 옛 문자를 알아보고 나서 중요한 고고학 자료가 되었습니다.  
 
한자는 원래 사물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상형문자이지요. 그러면 ‘왕’자의 상형 그림은? 도끼입니다. 그것도 큰 도끼. 허신의 설명은 왕이 제도화된 다음의 이야기이고 원래 고대 사회의 왕은 큰 도끼 휘두르는 놈이었다는 것입니다. 도끼의 영역이 점점 커져서 고을이 되고, 나라가 되고, 제국이 되면서,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도끼 그림은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어 숨어버린 것이지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복잡해지면 큰 도끼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되지요. 그래서 작은 도끼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 새끼 도끼를 표시하는 그림이 ‘사(士)’ 자가 되지요. 우리는 ‘선비 사’라고 새기죠. 허신은 ‘선비 사’를 십(十)과 일(一)을 합한 글자라고 해석합니다. 시작(일)부터 끝(십)까지 전체를 아우른다는 해석입니다. 고상하죠? 그런데 갑골문자에서는 ‘사’자는 작은 도끼 그림입니다.  
 
큰 도끼가 똘마니 도끼를 데리고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힘을 ‘권력(權力)’이라 하지요. ‘권(權)’은 원래 저울의 추를 나타내는 그림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도끼를 가지고 찍고 까고 하던 일들이 세상이 제도화되면서 판단의 기준을 정하고 집행하는 힘으로 바뀌죠. 옛 저울을 보면 저울대에 눈금이 있고 저울추를 옮겨 가면서 평형점을 찾아 무게를 재게 되어 있지요. 그 눈금을 읽는 일이 왕의 권위이지요.  
 
왕권이 사라지고 근대 국가가 되면서 큰 도끼의 이름도 바뀌고 큰 도끼가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많아졌지요. 그러나 왕, 수상, 대통령, 총통, 이름은 바뀌어도 한 나라를 운영하는 큰 틀은  큰 도끼, 작은 도끼, 저울추 그대로입니다.  
 
고귀한 ‘왕’자가 ‘하찮은’ 민초들에게 말을 하면서 또박또박 존댓말 쓰려니 밸이 꼴리네. 요새 어느 나라에서 큰 도끼 뽑기 대회가 열린다는데. "내가 큰 도끼로 뽑히면, 늬들 다 죽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왕’자에 딱 어울리는 도끼 시대의 도끼 말.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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