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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학교를 닫으면 안되는 이유

 큰아이의 학교에서 동급생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메일이 벌써 다섯 번째 날아왔지만 아이는 여전히 등교를 한다.  
 
필자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최근 확진자가 하루에 16만 명씩 발생했으니 학교를 보내는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많은 부모가 원격 근무를 하고 대학교들도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지만, 초중고 교실은 매주 코로나 검사로 확진자를 걸러내면서도 학교를 닫지 않는다.
 
코로나 확산으로 불안해하는 일부 부모와 교사들이 짧은 기간이라도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지만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가을 새 학년이 시작될 때 완전 등교 형태의 학교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  
 
이토록 대면수업을 강조하는 것은 원격 수업만으로 진행된 2020~2021년에 생긴 심각한 학습 결손 때문이다. 그 기간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이 전체 학생의 20~40%에 이르고, 대부분 저소득층이거나 취약계층이었던 이들 중의 일부는 등교가 재개된 후에도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방역 상황이 좀 더 괜찮은 한국에서는 아이들의 사정이 좀 더 나은가. 아이들이 여전히 학교에 제대로 등교를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학습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기간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학습 성과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학습 공백이 소득 분위에 따라 더욱 심화한 걸 알 수 있다.  
 
가정에 원격교육을 보조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고, 아직 어리거나 특수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원격으로는 수업이 불가능한 아이들도 있다. 취약계층 아이들의 보습을 위해 지원되던 지역사회 프로그램들도 코로나 기간에 대부분 진행되지 못했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기를 기다리다가는 이런 대규모의 학습 손실을 회복하기에 너무 늦어버릴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
 
코로나로 학습이 어려워진 아이들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단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 세대의 미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실제로 코로나 여파로 생긴 학습 손실 때문에 좋은 직업을 가질 기회를 잃은 세대의 생산성 손실을 우려한 연구도 적지 않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글로벌 교육 책임자 로버트 젠킨스는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배운 가장 아픈 교훈은 바로 ‘학교는 가장 늦게 닫히고 가장 먼저 열렸어야 할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 교육 제품을 판매하는 에누마가 소셜 벤처로 분류되는 것은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기간에 취약계층 아동의 기초 학습을 디지털로 지원하는 공공사업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교육부의 취약계층 대상 원격교육 지원사업,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군인 가정, 다문화 가정이나 취약가정 아이들을 지원하는 기업의 CSR 사업과 협력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하루 한두 시간 공부하는 것 정도로는 계속 누적되고 있는 학습 손실을 메꾸기는 턱없이 모자라다. 취약계층 아이들은 원격교육 지원보다 등교 수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교 수업에 그동안 진행된 학습 결손을 보충하기 위한 보충학습과 맞춤형 학습 지도와 추가 원격 학습을 위한 디지털 프로그램 지원이 더해지더라도 지난 2년간 잃은 시간을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미크론 변종이 퍼지면서, 어떻게든 메울 수 있을 것 같던 지난 2년간의 학습 손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제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심정으로 등교 중지를 최소화하고 이미 발생한 학습 공백을 메꿀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가진 모든 자원을 살펴봐야 할 때다.
 
방역 대책에서 면역력이 가장 낮은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최우선에 두는 것처럼 교육 대책에서도 학교가 학습의 모든 것인 학습 약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로 벌어진 교육 양극화를 줄이고 누적된 학습 결손을 회복하기 위한 과감한 해결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학교에 힘을 싣고, 예산을 투자하고, 교육 복원을 위해 사회 전체가 협력하자는 공감대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이수인 / 에누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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