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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혐오 반응과 행동 면역체계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지쳐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물리적 면역체계보다 사회적, 심리적 면역체계의 문제다. 인간은 좋지 않은 소식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정신 건강이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불안 역시 심화한다. 병에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순응주의자나 인종주의자가 되게 한다. 이민이나 성 평등 같은 주제에서 도덕적 판단은 더 가혹해지고 사회적 태도 역시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마크 샬러 교수는 위협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을 ‘행동 면역체계’라고 정의한다. 이는 잠재적 병원체와 접촉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한다.
 
혐오 반응은 명백한 행동 면역체계의 하나다. 나쁜 냄새나 더러워 보이는 음식을 피하는 것은 잠재적인 감염을 피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본능적 반응이다. 이미 상한 음식을 먹었다면 구토를 유도한다. 몸에 병균이 자리 잡기 전에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혐오감을 유발하는 물질을 더 잘 기억한다. 이 덕분에 병에 걸릴 위험이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며 살아온 사회적 동물이지만 질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종의 본능적인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특정 반응을 형성케 한다. 이 반응은 불순응에 기인한 두려움에 의해 생겨난다. 이로써 사람들은 외부인이 무의식적으로나 고의적으로 질병을 퍼트릴까 봐 두려워했다.
 
오늘날, 이는 편견과 외국인 혐오로 이어진다.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급증 같은 사회적, 심리적 태도의 영향을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레네 아로 교수는 “행동 면역체계는 ‘미안함보다는 안전함이 낫다’는 논리하에 작동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행동 면역체계 반응 중에서 잘못된 경우가 많으며 관련 없는 정보들에 잘못 작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위협과 상관없는 주제를 듣고 나서 도덕적 의사 결정이나 정치적 의견을 바꾸는 식이다.
 
이런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사회적 규범을 더 존중하고 외부인을 더 불신하는 경향이 크다. 질병 위험이 증가할수록 이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확실하고 분명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하지만 행동 면역체계 이론은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토론토 대학의 요엘 인바는 “행동 면역체계가 사회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견해를 바꾼다”라고 주장한다.
 
올해는 한국의 대선이 다가온다. 면역 행동체계가 후보자들이나 특정 정당 지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행동 면역체계가 국가적 차원의 선거에 영향을 못 미치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볼 수 있겠다.
 
지금 세계는 대면 문화를 가상공간의 비대면 문화로 몰아가고 있다. 심리학은 건강과 질병에서 문화의 역할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구가 심리사회적 요인과 건강·질병의 연계를 입증해 왔다. 특히 미국 같은 다문화 국가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건강은 사회적, 심리적 문제로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송조이 / 정신건강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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