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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음식] 다이어트보다 운동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라면 운동이 다이어트보다 낫다. 운동량을 늘려도 체중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체중에 중점을 두는 다이어트보다 운동이 사망률 감소에 더 효과적이다. 비만 또는 과체중인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면 조기 사망률이 30% 이상 줄어든다. 몸무게에 별 변화가 없어도 운동의 유익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해서 체중을 줄일 때는 효과가 분명치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률이 증가하기도 했고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우에도 운동에 비해 폭이 크지 않았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운동생리학 교수 글렌 개서가 2021년 10월 리뷰 논문에서 내놓은 답은 요요 현상이다. 열심히 살을 빼도 다시 찌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다이어트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겪기 쉽다는 것이다.  
 
식욕이란 생존에 필수적이다. 누른다고 눌러지지 않는다. 심리학자 피터 허먼과 자넷 폴리비는 1970년대에 이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고칼로리 밀크쉐이크를 먹도록 한 다음 쿠키·케이크·견과류를 시식,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밀크쉐이크를 먹고 난 뒤였으니 대부분 참가자는 다른 음식을 더 적게 먹었다. 그런데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이와 반대였다. 밀크쉐이크를 마신 뒤 시식에서 오히려 더 많이 먹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미 과식했으니 더 먹자’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300㎉ 간식을 미리 주면서 600㎉ 간식, 반대로 600㎉ 간식을 주면서 300㎉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줬다. 이후 식사로 샌드위치를 맛보도록 했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고칼로리라고 알려준 간식 뒤에는 샌드위치를 더 많이 먹고 저칼로리라 말해준 간식 뒤에는 더 적게 먹었다. 실제 섭취 칼로리에 관계없이 오늘 다이어트는 망했다는 생각만으로 과식한 것이다. 늘 적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성인은 간식 뒤에 배부르다고 밥을 적게 먹는 어린이와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하지만 인체의 생리적 신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의식적으로 누르면 언젠가는 자포자기하고 폭식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이어트는 실패하고 뱃살은 다시 불어나며 건강은 전보다 더 나빠진다.
 
운동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의지가 부족하다고? 그럴 땐 죽음을 생각하자. 2021년 캐나다 워털루대학 연구에 따르면 운동 부족으로 인한 질환, 사망 위험에 대한 메시지가 동기 유발에 제일 효과적이었다. 운동 안 하면 빨리 병들고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거다. 날씬한 몸매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먼저 살 생각부터 하자. 건강하게.

정재훈 약사 / 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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