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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처진 눈’ 유전자

 우리집의 4남매는 모두 눈이 크고 처졌다. 부모님을 닮았을 것이다. DNA 유전자가 지나간 눈은 착해 보이는 인상으로 젊을 땐 호감이었는데 늙을수록 게슴츠레한 눈으로 변해 눈을 떠도 자는 듯 보인다. 이즈음 사진 속의 나는 거의 자고 있다. 남편은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자, 눈을 크게 뜨시고, 눈에 힘 주시고…”라고 주문한다.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 좋은 사진이란 나 같지 않게 예쁘게 나온 사진이 아니라, 눈을 떴느냐 아니냐가 좋은 사진을 가리는 기준이 된다.
 
우리 형제들은 친가와 외가가 왕눈이어서 큰눈엔 별 매력을 못 느끼고 지루했는지 배우자는 모두 작은 눈의 외꺼풀을 골랐다. 세 며느리와 한 사위가 모두 쌍꺼풀이 없다. 무쌍의 가늘고 긴 눈을 가졌다. 내 결혼할 땐 역시 큰 눈의 이모가 내 옆구리를 찌르면서 “왜 저런 눈을 골랐니? 저런 눈은 눈값을 해서 성깔이 있는데”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나는 느끼한 쌍꺼풀보다 성깔 있는 외꺼풀 선호파이다.
 
이번에 한국에 가니 세 남동생 중 가장 보수적인 둘째가 눈 아래 위를 당기는 수술을 해서 놀랐다. 사연인즉 큰 아이를 결혼시키는데 딸들이 강력히 권해서 할 수 없이 했다고 한다. 신부입장 할 때 아빠가 늙어보이는 게 싫다고 했다나 뭐라나. 이젠 자리가 잡혀 자연스럽다.  
 
처진 눈은 나이들면서 피부와 함께 늘어지니 되도록 빨리 잡아줘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은 조언하신다.
 


우리 옆집의 잭 할아버지도 아침에 정원에서 만나면 두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당기며 “굿 모닝 조앤~”하시곤 했다. 결국은 뒤늦게 수술을 하셨다. 나도 교우들이나 친지들을 만나면 처진 눈에 대한 조언을 수도 없이 들은 터였다. 자기 눈은 안 보이니 애꿎은 내눈에 지나친 걱정을 퍼붓곤 했다.  
 
딸이 안과의사인 권사님은 자신의 눈을 보여주며 딸의 솜씨라고 은근 부추기고, 메디케어를 타게 되었으니 제발 눈을 땡겨 보라며 격려를 해 준 분도 있다.
 
한국에서 대사관 서류처리로 어쩔 수 없이 한 달을 대기하게 되자, 둘째 올케가 나서서 내 눈의 안검수술이 성사되었다. 심청이가 심봉사 돌보듯 팔장을 끼고 병원 출입을 지극 정성으로 도운 탓에 졸린 눈이 개안을 하게 된 것이다. 둘째 동생을 보고 용기를 내긴 했는데 처음 2주간은 후회막급이었다. 너구리 같기도 닌자터틀 같기도 한 충혈된 눈이 꿈에 보일까 무서울 정도였으니.  
 
부랴부랴 선글라스를 맞춰 집안에서도 끼고 있는 진풍경을 연출하다가 미국으로 돌아왔다. 아직 자리잡히지 않은 채로 교회에 갔더니 수술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려 교회가 분열될 지경이 되었다.
 
겁 많은 내가 ‘안검수술’을 했더니 남은 두 남동생들도 처진 눈 수술을 할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개안했으니 새해엔 좋은 것만 보면서 살고 싶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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