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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눈높이 마음공부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였다. 발차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내 키를 훌쩍 넘는 높이에다 공을 매달아 놓고 연습을 했다. 당시 내 키보다 1m나 더  높은 곳이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혹시 하는 생각에 3일 정도 힘들게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한 교도님이 도반들이 부처로 안보여서 괴롭다고 하신다. 모두가 부처라 하신 부처님 말씀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과하게 괴롭다면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능 전국석차 10위권 학생이 아침에 새 수학문제집을 사서 등교하면 하교할 때 이미 다 풀고 나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리 두껍지 않은 문제집이고 자율학습 시간까지 활용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보통의 머리와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반에서 중간 정도 하는 학생이 이 방법을 표준으로 공부한다면 황새 쫓아가다가 다리가 찢어진 뱁새의 처지가 되지 않을까. 모두가 늘 부처님으로 보이는 수준은 부처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야 가능한 심법이다.
 
영어 읽기 공부를 할 때는 본인 실력의 80% 정도 난이도의 책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너무 어려우면 집중하기가 어렵고 너무 쉬우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도 마찬가지이다. 기독교에서는 '범사에 감사하라' '원수를 사랑하라' 불교에서는 '자해타리(둘 다 이익을 취할 수 없다면 내가 해로움을 취하더라도 남을 이롭게 하는 것)' '괴로운 일을 당하면 사죄를 올려라'를 가르친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세상과 남에게 먼저 화살을 돌리고 늘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며 살아온 범인들에게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신앙과 수행의 궁극적 목표는 물론 예수님과 부처님을 닮아가는 것이어야 하지만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키의 두 배나 되는 곳을 목표로 발차기 연습을 했던 초등학교 시절 필자나 박찬호와 김연아 전성기 시절을 바로 따라하려는 야구와 피겨스케이팅 입문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담배나 술을 끊으려고 하는 사람은 일단 담배나 술을 멀리해야 한다. 인과의 이치로 볼 때 피하는 것이 능사라고 볼 수는 없지만 마음이 힘이 부족할 때에는 백전백패이므로 일단은 피해야 한다. 정말 부처로 봐주기 힘들 정도로 미운 사람이 있다면 일정 기간 피하는 것도 공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원불교에서도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처음엔 "꼭 지키세요" 라고 교도님들에게 말했지만 이제는 굳이 장려할 것은 아니지만 정 답답하시면 한 번씩 하시라고 조언한다.
 
계문 같은 것을 어기고도 '난 아직 중생인데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너무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처음부터 과하게 기준을 설정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효과적인 수행이라 하기 어렵다.
 
본인 눈높이(수준과 성향)에 맞는 공부는 흥미와 성취감을 통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마음공부 진리공부에서 성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단 주관적이기 쉬운 본인의 수준 판단은 반드시 경전과 스승님들의 안내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ㆍ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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