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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영국 신사

해마다 새해가 되면 Happy New Year! 인사가 오고 간다. 좀 더 행복한 삶을 꿈꾸는 현대인의 욕망을 그린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었다. 주인공이 결국 물질적인 유산을 받지 못하고 그 대신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정신적 유산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어린 소년 핍은 고아로 나이 차이가 많은 누나 밑에서 자란다. 성격이 거칠고 사나운 누나는 대장장이 조에게 핍을 데리고 결혼한다. 의외이면서 다행스럽게도 매부 조는 핍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되고 평생 그의 멘토가 된다.  
 
순진한 시골 소년인 핍은 우연한 기회에 아름답지만 차갑고 도도한 에스텔러 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에스텔러와는 신분적 열등감을 느끼고 그녀의 조소를 받으며 핍은 번민에 찬 사춘기를 보내면서 신분상승의 갈망을 품은 채 불만스러운 대장장이의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와 그는 곧 런던에 가서 신사교육을 받고 신분상승을 획득한다. 런던에서 신사 생활을 즐기는 동안 그는 속물이 되어가며 낭비적이고 무절제한 생활에 빠진다.  
 
방탕한 생활에 한창 젖어 있던 어느 날 그가 어린 시절에 도움을 주었던 탈옥범인 죄수가 그 앞에 나타난다. 그로부터 핍은 그 죄수가 바로 그 행운의 스폰서였음을 알게 되고 심한 충격과 실망과 좌절에 빠진다. 처음에는 수치심에서 이 죄수를 숨겨주고 피하려 했지만 결국 핍은 이 시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을 뉘우치고 깨달으며 점차 도덕성을 회복해간다. 그 죄수의 탈출을 돕고자 했지만 실패해 재판을 받고 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켜준다. 그리고 한때 신사의 직분으로 사치를 누리고 있을 때 런던에 찾아온 조를 부끄럽게 여겼던 자신이 조나 그 죄수보다 더 부끄러운 인간임을 깨닫는다. 이 모든 힘든 과정 끝에 앓게 된 열병에서 깨어나자 그가 냉대했던 조가 자신을 돌봐준 것에 진정한 크리스천이라 불러준다.  
 
핍의 성장 과정에서 신사와 인간성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주제이다. 핍이 자신을 경멸하는 아름다운 부잣집 소녀 에스텔러에게 느끼는 수치감과 불가항력적인 사랑의 감정에 대한 심리묘사는 압권이다. 사춘기 소년만이 겪을 수 있는 번민과 고뇌,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복잡 미묘한 감정묘사는 충분한 공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에스텔러는 다른 속물과 결혼해서 불행하게 결혼생활을 마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핍과 에스텔러가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서로의 고통과 성장을 공감하며 달이 떠오르고 안개가 걷히는 가운데 손을 잡고 걸어나간다. 핍의 신분상승 욕망은 작가 디킨스가 살았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각별했다. 19세기 영국사회는 산업혁명의 결과 중산계급이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며 급성장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간 사회였다. 즉 세습이나 혈통에 의한 귀족 중심의 계급 질서가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적 성공과 신분상승을 가능케 하는 변화를 받아들인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여기서 나오는 신사라는 개념은 귀족계급의 자질에 중산계급의 덕목을 합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즉 노동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재산이 있고 적당한 교육과 세련된 교양과 예의범절을 갖추었으며 명예를 존중하고 존경할만한 도덕성과 인격을 지닌 사람을 지칭한다. 작가는 진정한 신사가 아닌 외적 요소만을 중시하는 왜곡된 사회상을 고발한다. 진정한 신사는 진실한 마음을 지니고 인간적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이 진정한 신사를 일컬음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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