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한국 페미니즘의 허허실실
갈등(葛藤)은 칡 갈(葛)에 등나무 등(騰)으로 쓴다. 칡넝쿨이 등나무를 얽고 있다는 말로 목표나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인과관계가 적대시 또는 충돌하는 형태의 부정적인 의미다.며칠 전 어느 TV에서 초청 강사 왈, 한국은 OECD 가운데 갈등 항목 10개 중 무려 7개가 최상위국이다. 그러나 희한한 것은 이로 인한 폭동이 없는 국가로 더 유명하다는 것이다. 이유를 묻는 청중의 질문에, 한국인의 내 탓 문화가 아닐까라고 답했다. 한국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내가 못나서, 내가 못 배워서, 내가 워낙 가진 게 없어서!” 하며 자기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갈등이 원천적으로 봉쇄를 당한 채 표출되지 않고 삭여진다 뭐 이런 논리다. 맞는 말 같았지만 까맣게 타들어 갔을 조상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씁쓸했다.
페미니즘(Feminism, 여성운동)이란? 여성이란 이유로 겪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사회 약자이자 피해자인 여성의 인권을 높이고 보살피자는 성평등 운동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2030 사이에 페미니즘이 젠더 갈등으로회자하면서 50일도 채 못 남긴 대선 표심을 제대로 흔들고 있다는 보도다.
등나무에 칡넝쿨이 너무 많이 얽히다 보면 등나무인지 칡인지 분간이 어렵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혼탁한 대선을 앞두고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약자 또는 차별 일변도의 코스플레이로 간다면 오히려 남성들의 메일리즘(Malelism)을 지나치게 자극하여 등나무 대신 칡만 울창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 있음도 계산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미국은 인종, 성별, 나이, 차별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하므로 표면적으로는 남녀가 평등한 나라다. 그러나 미국 또한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남녀 간 갈등이 엄청 심했다. 미 감리교단(UMC) 여선교회 잡지 ‘변화를 위해 연합한 여성들’을 보면, 1900년도 이전까지는 “여성은 오직 경건하고 순결하며 순종적이어야 하며 ‘가정을 여자의 장소’로 알고 지킬 때 하나님에게 받아들여진다”고 교육받고 훈련되었다고 적혀 있다. 반면 남성은 폭군처럼 행세하였다. 자고 나면 술에 취해 흥청댔고 밤낮 번 돈을 살롱에 탕진한 뒤 고주망태로 귀가, 아내들을 구타했다. 결국 1900년 초 감리교 여인들은 아예 백악관 인근의 건물을 산 뒤 합숙하며 타 여성들과 연합하여 “살롱을 몰아내자”고 밤낮 외쳤다. 술! 자체를 없애자 하면폭군 남성들의 반발심을 너무 자극해 대의를 그르칠 수도 있어 살롱이란 술을 담는 그릇을 없애자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을 펼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1920년 루스벨트 대통령으로부터 헌법상 유일하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정헌법 18조, 금주법을 여성의 참정권과 함께 끌어냈다. 이를 두고 영국의 유명 블로거이자 에세이스트 마크 포사이스도는 저서 ‘술 취한 세계사’에서 금주법은 미국 여성들이 이룬 성공한 페미니스트 운동이라 정의했다.
그렇다. 한국의 페미니즘 또한 여가부 폐지, 장병 봉급 200만원 같은 소탐에 너무 진 뺏기지 말고 후손들이 여성이란 이유로 약자가 되어 차별과 고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대 담론을 통해 뭉칠 때 한국 페미니스트의 승리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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