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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인가] 슈퍼맨 없이 듣는 슈퍼맨 음악

‘슈퍼맨’이 이렇게 어려운 곡인 줄은 몰랐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가 연주하는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베를린필은 지난해 10월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와 특별한 공연을 했다. ‘E.T.’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해리포터’ 등 윌리엄스의 대표곡을 그가 직접 지휘하는 무대였다. 1932년생인 윌리엄스는 아흔 살을 앞두고 있었고, 베를린필 지휘는 처음이었다.
 
영화 장면 없이 연주 영상으로 보니 그의 작품은 예상 밖으로 어려웠다. 특히 ‘슈퍼맨’에서 가장 유명한 행진곡은 트롬본과 트럼펫이 일정한 리듬 반복으로 시작하고, 현악기들이 더 잘게 쪼개지는 리듬을 이어받는다. 난다 긴다 하는 베를린필 연주자들이 한 음도 놓치지 않으려 온 힘을 냈다. 연주를 보니 윌리엄스는 특히 민첩하기 어려운 금관악기들에 큰 짐을 지우는 작곡가였다.  
 
영화음악 작곡을 1950년대에 시작한 윌리엄스의 명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최근엔 음악 자체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명문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빈 필하모닉은 2020년 윌리엄스를 초청해 처음 지휘봉을 맡기고 음반을 냈다. 베를린필과의 음반은 다음 달 발매된다. 미국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는 90세를 기념해 올 6월 사흘 동안 윌리엄스 페스티벌을 연다. 첼리스트 요요마,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함께한다.
 
영화음악은 기억을 끌어낸다. 윌리엄스와 연주를 앞둔 베를린필 단원들은 “이 곡을 연주하면 ‘스타워즈’를 함께 봤던 아버지가 떠오른다”거나 “‘해리포터’의 신비로운 경험이 생각난다”는 인터뷰 영상을 남겼다. 윌리엄스도 잡지 뉴요커의 음악평론가 알렉스 로스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음악은 특정한 냄새처럼 기억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장면과 느낌을 떠올리느라, 음악 자체의 완결성에 주목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학자도 나섰다. 보스턴 터프츠대 음악학 교수인 프랑크 레만은 ‘스타워즈’ 음악의 주제 62개를 분석해 각각 어떤 의미로 제시·반복되는지 자세히 서술했다. 독일 오페라의 거목인 리하르트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분석과 비슷한 방법이다.
 
윌리엄스는 “하이든·모차르트·브람스를 사랑한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애런 코플랜드, 에리히코른골트와 같은 클래식에 뿌리를 둔 작곡가와 같은 풍조로 분류되기도 한다. 완성도 높은 기법으로 70여 년 동안 사람들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을 펼쳐내던 그의 음악이 이제 독립해 하나의 장르가 됐다.

김호정 / 한국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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