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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새해에는 춤을 춥시다

새로운 해요 새로운 달이다. 새해에도 첫 해돋이를 맞으려는 인파로 그리피스 천문대가 붐볐다. 도무지 변할 것 같지 않은 일상도 새해 첫 아침 소리를 듣고 깨어나기를 소원하는 우리들 마음일 것이다. 바다에 홀로 떠오르는 해도 장관이지만 어둠을 걷어내고 빌딩을 이겨내며 천지를 물들이는 도시의 일출도 못지않은 감동이다.
 
콘크리트 더미로만 보였던 도시는 안개 속에 빛으로 춤을 춘다. 새로운 시간이 흐른다.  
 
밤새 세상을 감추며 펼쳐놓았던 검은 보자기는 주황빛 손이 되어 꼼지락거리는 빛에게 묶여버린다. 숨 쉬듯 아침 차 시동 소리가 들리고, 햇살은 벌써 줄을 서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차들을 스치며 가게들의 화장기 없는 얼굴마저 드러내 버린다. 어둠을 빠져나온 도로에는 차들이 흐른다.  
 
흐르는 것이 차뿐이랴. 벽두부터 가족을 위해 일터로 나서는 가장의 마음도 흐르고, 가뜩이나 움츠린 경기에 하루라도 문을 열어야 하는 주인들의 기대도 흐른다. 운전대를 잡은 손 위에는 올해는 그래도 나아지려나 하는 마음이 내려앉는다. 이렇게 새해의 도시는 흐르고 변하고 춤을 춘다.
 
그런데 모든 것을 춤추게 만든 태양은 담담하게 새벽 공기를 가르며 솟아오를 뿐이다. 변하지 않고 떠오르는 아침 해가 있기에 세월은 흐를 수 있고, 세상은 춤출 수 있다. 물은 급하게 흘러도 여울에 비친 달은 그 물에 떠내려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많은 것이 흐른다. 코로나 속보로 보기 싫은 숫자들이 도표 위에 흐르고, 아침부터 전화기에는 좋건 싫건 문자 메시지가 화면 위를 흐른다.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세월이 흐르고 무심한 마음도 함께 흐른다. 급하게 흐른다. 자칫 물만 쳐다보다가 나도 몰래 나 자신을 무심한 마음과 함께 퍼다 버릴 정도로 쏜살같이 흐른다.  
 
그래서 우리 인생에 치고 들어온 물살에 빠져 놀라기보다, 흐르는 모든 것을 춤추게 하시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을 바라본다. 물결이 요란할수록 아침 햇살은 바다와 도시를 황홀하게 춤추게 한다. 잔잔하다면 고요하고 평화롭게 물들게 한다. 인생과 세상이 혼탁하게 흘러도 하나님은 담담히 여기 계시며 말씀하신다.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당신의 운전대는, 문을 연 가게는, 땀을 흘리는 일터는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변하지 않는 사랑은 당신을 물들일 것이다. 아름답고 황홀하게. 담담하고 열렬하게. 자, 이제 우리가 춤출 때다. 하나님의 따스한 마음으로 나와 이웃의 삶을 물 들이며 물결을 타고 춤을 출 때다.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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