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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스위칭 세대’의 직장 문화

다음의 대화에서 당신은 사장A와 사장B 중 어느 쪽인가?
 
사원A: 우리 회사 월급수준이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장A: 월급 수준을 비교하면서 왜 많이 받는 회사와 비교하나. 취업 못 한 백수들과 비교해라. 정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이 떠날 수는 없지 않는가.
 
사원B: 사장님의 워라밸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사장B: 나는 가정을 아내에게 맡기고 회사 일에 집중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가정이 잘 유지되고 아이들도 잘 자랐다. 참 감사하고 다행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유지하기 바란다. 회사도 여러분의 워라밸을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
 
사장A는 MZ세대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 회사 일을 블라인드 같은 외부 커뮤니티에 가서 털어놓는지, 왜 그렇게 개인적이고 예의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직접 소통하기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사장B는 MZ세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은 하지만 궁금하다. 왜 MZ세대는 개인적인지, 왜 우리를 예의 없다고 하는지, 블라인드에 가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리버스 멘토링을 하기로 결정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지금까지 만난 조직 리더들의 90%가량은 자신이 A에 해당한다고 고백했다. 겉으로 표현은 할 수 없지만 속마음은 사장A와 같다고 했다. 최근에 만난 어느 CEO는 “정말 이해가 안 되지만 조직을 위해 MZ세대에게 맞는 문화로 바꾸려고 계획중”이라고 하소연 섞인 투로 토로했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Z세대까지 조직에 합류하면서 어쩔 수 없이 조직문화를 바꾸기는 해야겠는데 이해까지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은 전 세계를 강타했고,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일하는 마음을 크게 바꾸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일하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며, 일과 개인생활의 조화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경험 중인 대이직(The Great Resignation)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1월 한 달 동안 450만명이 자발적 퇴사를 단행해, 9월에 세웠던 440만명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퇴사자의 대부분은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더 유연하고, 재택근무가 가능하며, 임금수준이 높은 곳으로 이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을 ‘스위칭 세대’라고 불렀다.
 
역사학자 애비게일 수식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기업문화 및 고용주와 고용인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리더십 전문가 이사벨 웰프 교수의 연구를 통해 “유연근무, 재택근무는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며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대이직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직종별·직무별로 데이터 기반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핵심인재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물론 환경의 변화에 맞게 대응책을 내놓으려는 노력도 있다. IT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금융 등 전통산업에서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무급 안식년제도를 도입한 골드만삭스 등 전통 글로벌 금융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유연근무를 위한 거점오피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중이다.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장소와 시간의 유연성, 그리고 조직의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조직문화가 정렬되어야 한다. 조직문화는 CEO 어젠다, 즉 CEO의 의지가 있어야 변화가 가능한 영역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일으키는 스위칭(이직) 바람이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만 도입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대이직을 일으키는 스위칭 세대를 이해하고 인재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사장B처럼 궁금한 마음을 가져보자. 이해가 되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이은형 / 국민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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