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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버리고 비우고 채우고

살면서 딱 세 번 만난 여자가 있다. 남편 형 부인의 여동생이다. 첫 번째 만남에서  
 
“집안에 가구가 없네.”
 
우리 집구석을 홱 둘러보고는 궁상스럽게 산다는 투로 내뱉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두 번째 만났다.  
 
“아직도 그곳에서 살아요?”
 
변변한 가구 하나 없는 곳에서 구차스럽게 지금도 사냐는 투다. 처음 봤던 우리 집안 풍경이 얼마나 뇌리에 짙게 박혔으면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인사가. 아직도….
 
세 번째 만남은 비행기 타러 들어가는 통로에서다.  
 
“저는 일등칸을 타서 이만 실례.”  
 
그녀는 비행기 문턱을 넘자마자 왼쪽 일등석으로 꺾어져 사라졌다. 나는 서울 가는 긴 비행시간 수다라도 떨려고 했는데 아쉬워하며 오른쪽으로 꺾어졌다. 그녀와 더는 마주칠 일이 없다. 형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살면서 세 번 스친 인연이지만, 이따금 생각나면 쓴웃음이 나온다.  
 
우리 집은 지금도 그 옛날 형님이 여동생과 함께 왔을 때와 다름없이 소파도 없이 횅하다. 나처럼 물건 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사재끼는 물건들이 쌓여 쓰레기통이 될 것이라는 상상만 해도 골이 지끈거려서다.  
 
작년 10월 집안을 둘러보던 나는 갑자기 그나마 조금 있는 집안 물건을 몽땅 내다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미련 없이 버리자. 다 버려도 아쉬운 것이 없다. 일단 아파트 들어오는 문 안쪽을 따뜻한 병아리색으로 칠해 놓고 집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활용품은 닦느라 시간과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새것으로 탈바꿈하자.  
 
나는 아이키아 물건을 무척 좋아한다. 색감과 디자인이 단순해서 좋다. 쓰다가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격 또한 착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친구들도 찬양하는 회사다. 하지만 모처럼 버리고 사려고 했던 가구들이 가까운 아이키아 여섯 군데 전부 팔려서 없다. 나는 역시 쇼핑 팔자가 아닌가 보다. 석 달을 기다려도 원하는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다. 포기하고 매장에 있는 것 중 몇 개를 사 왔다.  
 
생활용품 일체를 바꾸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사 들고 오면 빼 먹은 것이 있어 또 가고 오고를 반복한다. 침침한 눈 비벼가며 도면을 보고 조립하느라 애썼다. 헌 가구들은 나사를 풀어 해체해 정리해서 버리는 것 또한 간단치가 않다. 나이가 더 들면 이 짓도 못 하겠다는 생각에 고만 사자고 다짐하면서도 발길은 아이키아를 향한다. 왜 사람들이 쇼핑에 중독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눈이 올 것 같은 뉴욕을 떠나서 강 건너 뉴저지 파라무스에 있는 아이키아까지 원정 가느라 새해부터 부지런 떤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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