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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밈 전쟁’에 몰두하는 대선

인터넷 용어 ‘밈’(Meme)은 본래 학술용어였다. 1976년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처음 제시했다. 모방의 뜻이 함축된 그리스어 ‘미메메’(mimeme)를 생물학 용어인 유전자(gene)와 비슷하게 변형해 만들었다. 언어와 옷, 의식과 관행, 예술과 건축처럼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요즘은 다른 의미로 더 널리 쓰인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밈이라 부른다. 익살스러우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게 특징이다.  
 
1990년대 중반 영미권에서 사진으로 태동했던 인터넷 밈은 2005년 유튜브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영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대 이후 SNS의 확산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밈을 사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독창성도 배가 됐다. 미국의 한 패스트푸드 회사가 2017년 밈을 적극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한해 50% 성장했다는 연구도 있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가 주는 매력,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강점은 정치권 역시 밈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캠프는 인터넷 밈을 만드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젊은 층에서의 바이럴 마케팅(입소문)을 노렸다. 78세의 고령이던 블룸버그는 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대선을 두달도 남기지 않은 한국의 대선 캠프 역시 ‘밈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고 한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 영상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지지자들은 영상을 2차 가공해 메시지를 정치 상품화하는데 일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광고 카피 같은 ‘한 줄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59초짜리 짧은 공약 발표 영상에서는 정책을 설명하는 대신 더부룩한 표정으로 배를 문지르다가 개운한 표정만 짓는다. 무거운 주제에 흥미 요소를 가미해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려는 포석이다.
 
정치권에선 ‘포장(밈)에만 집착해 내용(정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밈이 간결하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대결 구도가 격화될 경우, 이념·혐오 콘텐트로 소비될 잠재력도 크다. 밈 홍보전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이젠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때 아닐까.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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