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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물소리

해마무리로 푸짐히 내려준 빗줄기가 고맙다.  
 
10년 가뭄 끝에 신명나게 퍼부은 단비였다.  
 
목마른 땅 위로 흐르는 물줄기에 마음의 묵은 때도 씻겨 가듯 반가웠다.  
 
빗소리, 도랑 소리, 파도소리까지 들려주는 물소리는 우리들을 넉넉하고 아늑하게 한다.  
 
우리는 물론 모든 생명체는 물가로 모여든다. 물이 곧 생명이라는 공식이 이뤄진다. 물의 97%가 지구 표면의 ¾을 덮고 있는 바닷물이고 나머지 3%가 비나 지하수로 지상의 생명체를 지배하고 있다.  
 
우주의 어느 별에 물이 있어 생명이 존재하리라 어림해 본다.  
 
어제 아침,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나갔다. 화분에 물주기를 잊었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고 사흘이 지나면 작은 화분의 물기는 거의 사라지게 마련인데 며칠 동안 내려준 비를 생각하며 물주기를 깜빡했으니 말이다.  
 
오늘 아침, 미니 장미의 분홍 새순이 깨알만하게 솟아 올라오고 진달래와 산당화가 꽃봉오리를 다닥다닥 내밀어 봄을 미리 일러준다. 푸근한 날씨에 계절을 깜박했나 보다.  
 
하긴 우리도 연말이다 새해 맞이다 수선 속에 정월 한 달을 훌쩍 지나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닐 터다.  
 
이 겨울에는 바람을 탄 빗줄기가 여러 차례 찾아 들리라 한다.  
 
저수지에 꽉 차고 강으로 흘러가는 물소리, 바람소리에 걱정거리가 모두 씻겨나가기를 깊이 바란다.  

남 철·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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