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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고스톱판의 코로나 대화

 팔십이신 엄마의 친구 모임이 있다. 가칭 ‘잘먹잘놀모’, 잘 먹고 잘 놀자는 모임이다. 형편이 되거나 건강이 허락하면 비성수기에는 크루즈 여행을 가고, 날씨가 추워지면 온천에 가고, 생일 축하 점심을 함께 먹고, 그도 저도 안 되면 만나서 고스톱 치는 모임이다.  
 
모여서 바닥에 둘러앉아 고스톱을 칠 때면 ‘못 먹어도 고’도 외쳐보고, 치다가 팔이 아프면 다른 사람이 와서 대신 치기도 하고, 옆에 앉아서는 광도 판다. 몇 시간을 쳐도 잃으면 십 불이고 따면 이십 불이다. 고스톱에 취미 없는 사람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6·25 피란 시절 이야기를 하며, 농담도 푸짐히 넘치는 모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 봄부터는 전혀 만나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두 번째 백신을 맞고서야 마스크를 끼고 처음 만났다. 사회의 코로나 규제가 점점 풀어지자, ‘놀면 뭐 해’하면서 화투패를 돌렸다. 고스톱을 치는 것은 크루즈 가는 것도, 온천에 가는 것도, 하다못해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였다.  
 
코로나 전에는 대화의 주제가 주로 고스톱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었다. 하지만 지난 섣달 무렵에는 단연코 코로나였다. 코로나 말만 들어도 징글징글 하다로 운을 떼면서, 작년과 올해에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과의 추억을 그리고 초라하게 치러진 장례식을 언급했다.  
 


그리고 백신이었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대부분이 주사 맞은 부위의 통증, 두통, 몸살을 앓았고, 몸이 춥고 떨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남들은 백신을 맞고 며칠씩 드러누웠다는데 왜 나는 하나도 안 아팠을까, 혹시 백신이 부족하다고 하더니 가짜 주사를 놔준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정량에 미달하는 주사를 맞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사연 없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감염’을 보이며 금세 회복하는, 처음부터 코로나바이러스는 희한한 전염병이었다.  
 
그러기에 아직도 코로나는 치명적이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오미크론은 계속 기승을 부리고, 마스크 착용은 이웃 사랑이고 거리 두기는 이웃 배려라는 문구도 봤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모니터링, 검역, 격리 기간이 지속되자,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과 얘기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그래도 애완동물은 대꾸라도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나는 주로 컴퓨터와 대화를 한다. 그러나, 다행히 코로나도 이제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찾아간다. 당연하다고 여겼다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상으로.  
 
주응규 시인의 ‘새해 소망’처럼 감당키 어려운 시련일랑은 한마음으로 나눠서 짊어지어 슬기롭게 극복하고, 즐거움일랑 여럿이 더하여 함께 누리며, 두루두루 무사태평을 빌고 비나니 행복한 웃음꽃이 온 누리에 만발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새해에는 ‘잘먹잘놀모’의 회원이 많아지고 만나서 고스톱만 치는 것이 아니라 걱정 없이 여행 다니기 바란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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