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출근해야 하나'…노동자 고민 깊어져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로
기업 유급휴가 축소·폐지
저소득층일수록 타격 커
전염병 대유행 초기 유급 병가를 도입한 기업들이 이를 축소하고 있는 데다 노동력 부족 현상 심화로 인해 출근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슈나이더 하버드대 교수는 노동력 부족은 출근한 이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부과하기 때문에 아파도 병가를 주저하게 만든다며 이를 ‘악순환’이라고 불렀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저소득 시간제 노동자에게 취약하다. 작년 3월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민간 부문 노동자의 약 80%가 최소 한 번의 유급 병가를 냈다. 하지만 소득 하위 10% 중에서 이 비율이 33%에 불과한 반면 상위 10%에서는 95%에 달했다.
작년 가을 하버드대가 저소득 시간제 노동자 6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직전 달에 아픈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65%는 아픈 몸에 상관없이 일하러 갔다고 답했다. 이는 전염병 대유행 전 85% 응답률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유급 휴가제를 속속 철회하거나 혜택을 줄이고 있어 노동자의 부담을 더 하고 있다.
일례로 식료품 체인인 트레이더 조스는 작년 봄까지 직원들에게 위험수당과 유급휴가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식료품 체인 크로거도 백신 미접종 종업원이 코로나19 감염 시 2주의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를 없앴다.
전국 최대의 소매 유통망인 월마트는 코로나19 관련 유급 휴가를 2주에서 1주로 단축했다.
현재 14개 주와 워싱턴DC는 노동자에게 유급휴가 제공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연방 차원에서는 뚜렷한 진전이 없다.
연방의회는 2020년 봄 코로나19 관련 질환을 가진 노동자들에게 유급휴가를 의무화하는 법을 마련했지만 효력이 그해 말 만료됐다.
이후 유급휴가를 제공한 기업에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법을 만들었으나 이 역시 작년 9월 말 효력이 중단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거나 가족 간병이 필요한 노동자에게 20일간 유급휴가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유급 휴가 제도를 강제화하지 않은 11개 국가 중 한 곳일 정도로 제도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소규모 기업의 경우 아픈 이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고 싶어도 회사의 재정적 여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유급휴가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이를 알지 못하거나 고용주가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이들도 있다.
또 신속 검사 키트 품절 사태도 직장에서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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