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한인사회 비영리연구소의 필요성
영리 기업은 이익을 내서 주주에게 배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정부 기관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압박도 받는다. 이런 점에서 비영리단체는 자본주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장황하게 비영리단체의 역할을 설명한 이유는 한인사회에서 새로운 비영리단체를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인사회에는 다양한 비영리단체가 있다. 역사가 짧은 곳은 팬데믹 때 시작한 단체부터 30년이 넘어 예산의 60%이상을 정부에서 가져오는 곳도 있다. 담당 분야도 커뮤니티를 위한 의료, 주거, 푸드뱅크, 노숙자 돕기, 낙서 지우기 서비스 등을 비롯해 단순 청소 봉사까지 다양하다.
이렇듯 기존 비영리단체들이 모두 역할을 잘하고 있는데도 새로운 단체가 더 필요할까.
비영리연구소가 없다. 특히 커뮤니티, 즉 한인사회에 관해 연구하는 기관이 전무하다. 올림픽 길에 터를 잡기 시작한 것이 1970년부터인데 이미 50년이 지났지만 한인사회나 한인타운을 연구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조직이 없다.
LA 한인사회는 한국 밖 해외에서는 가장 규모도 크고 인구도 많은 커뮤니티다. 열심히 일해 한인타운에서 건물을 매입하고 한인은행을 세우는 등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한인 타운연구소, 한인 경제연구소, 한인 이민자연구소 같은 연구 단체는 없다.
연구 기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최근의 몇 가지 일 때문이다. 수년 전 한인타운과 방글라데시 타운이 경계선 문제로 논란이 있었을 때 우리가 타운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근 마무리된 선거구 조정 논의가 시작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인사회와 한인타운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한인에게 유리하다는 결론에 동의한다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할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한인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어떻게 하는 것이 한인과 커뮤니티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금처럼 봉사 중심의 한인회로 계속 나갈 것인지, 유대계 같이 재단 중심이 좋은지, 중국 사회의 100인회 같은 것을 설립해 선도하는 게 해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관련 연구가 부족하니 미래가 없고 미래가 없으니 커뮤니티는 축소되고 커뮤니티가 축소되니 결국 한인타운은 그저 타인종들이 한국음식을 찾아 오는 식당가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한인회가 예전의 타운번영회(한국축제재단 전신)로 되돌아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종종 들린다.
은퇴한 학자들이 자원봉사로 앞장서 연구 조직을 결성하고 비전을 제시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사회를 구성해 기금을 모으고 풀타임 연구원을 고용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매달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도 있다. 이런 연구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한인타운을 지키는 역할이 가능해질 것이다. 성과는 쌓이면 발전을 이끌고. 발전은 커뮤니티 구성원의 미래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빅픽처를 안고 시작하는 한인사회, 경제, 문화, 역사를 위한 연구소나 조직의 출현을 기대한다. 이 정도 비전은 갖고 비영리단체를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