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자책할 필요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될 수 있어
팬데믹 이후 네 식구가 사용하는 손세정제 5갤론, 클로락스 와이퍼 25통 정도를 구입해 사용해왔다.
이씨 부부는 부스터샷까지 접종했고 아이들도 10월과 11월에 접종을 마쳤다.
팬데믹 기간동안 계속 재택근무를 했던 이씨는 “작년 3월 이후 회사 상사와의 미팅 등 딱 세 번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씨는 12월 들어 코로나 피로감이 누적돼 탈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슬슬 친구들을 만나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12월17일 알링턴 카운티의 야외 식당에서 예전 회사 동료를 만났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밝혔다. 19일에는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들과 거의 2년만에 모여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는 등 실내 모임을 가졌다.
이날밤, 3일전 식사를 함께 했던 예전 회사 동료로부터 코로나 감염 소식을 듣고 20일 즉석 테스트 결과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안심하기 불안해 PCR 검사를 했다. 23일부터 몸이 슬슬 아파오더니 24일 날아온 PCR 검사 결과서에 양성판정을 보고 난 후 증상은 급속도로 심해졌다.
그는 여러 증상을 보였지만 병원 입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입원은 하지 않았다.
간호사로 일하는 윤모씨(45세, VA 사우스라이딩 거주)는 “늘 조마조마한 상황에서도 결근없이 일해왔는데, 결국 지난 주 확진판정을 받고나서 오미크론의 감염력을 실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씨는 “누구보다도 마스크를 잘 썼고 병원 외에는 낯선 사람과 대면한 적이 없었는데, 막판에 운이 좋지 않았거나 오미크론은 결국 불가항력이었다는 생각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 따른 문제의식에 대해 "무엇보다도 감염자를 왕따시키려하는 한인사회의 편견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와 윤씨 등과 같이 철저히 위생관리를 하고 감염을 피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했던 한인들이 최근 속속 감염되고 있다.
일주일 전 확진됐던 한인 남모씨(56세, MD 엘리콧 시티 거주)는 “2년 가까이 무수히 조심하고 노력했는데, 그동안의 수고가 물거품이 된 것만 같고, 감염 증상으로 인한 고통보다 바이러스에 패배했다는 절망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오미크론 감염력은 누구를 탓할 수준을 넘어서 있다고 말한다.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로버트 프랭크 박사는 “지금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걸렸다고 해서 의기소침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마치 바이러스와의 레이스에서 패배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결코 감염자의 패배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암담하다”고 전했다.
프랭크 박사는 “코로나는 일반 감기나 독감처럼 누구나 다 감염될 수 있는 것이며,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막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이런 상황을 가정해서 우리 모두가 백신을 접종한 것”이라면서 “미접종자의 사망률이 접종자보다 20배가 넘는다는 점을 일깨우고 미접종자를 차분히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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