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펫팸] 우리도 고혈압을 앓아요
노령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사람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혈압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반려동물에 있어서 고혈압은 특히 노령동물에게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사람처럼 가족력이나 노화, 비만, 짜게 먹는 습관 등 때문이 아니라 만성신부전이나 쿠싱,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여러 원인으로 인해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하면 심장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통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상인 반려동물은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동물병원에서 정기검진을 하거나 수술전 검사를 할 때 혈압 측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꼬리나 발목에 커프를 감아서 도플러나 오실로메트릭 측정기로 잰다. 그런데 혈압측정시 가만히 있지 못하는 특성상 1회 측정으로 정확한 값을 얻기는 힘들다. 여러 번 반복 측정 후 평균값을 내야한다. 또한 병원에 내원했을 때 긴장이나 흥분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혈압이 비교적 높게 측정된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혈압측정을 위해서는 조용한 방에서 몇분 동안 긴장을 푸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라고 하면 전신 고혈압을 일컫는데, 앞서 언급했듯 여러 질환과 동반하여 고혈압이 발생한다. 개의 경우 특히 신부전의 부작용으로 고혈압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신부전으로 인해 혈압조절을 담당하는 라스(RAAS) 시스템이 과도하게 작동되면 교감신경계를 자극하고 세동맥을 수축시켜 혈압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전신성 고혈압이 치료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부전에 의해 발생한 고혈압은 다시 신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신장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면 단백질이 오줌으로 빠져나가는 단백뇨가 발생하게 된다. 눈의 경우 망막 박리와 출혈을 일으켜 실명이 될수도 있다. 뇌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경우 뇌출혈, 발작, 마비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고혈압은 심장 변형을 야기하기도 한다. 고혈압이 생기면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더욱 무리해서 박동해야 하고 결국 좌심실 심근이 두꺼워지는 고혈압성 심근비대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에 병원을 내원했었던 한 강아지는 수축기 혈압이 180 mmHg 정도였고 일반적인 심장병에서 들리는 심잡음(murmur)이 거의 없었지만 심장초음파를 했을때 좌심실의 근육이 매우 두꺼워진 상태였다.
폐동맥 고혈압은 개에게서 꽤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길거리를 떠돌다 구조된 밍키는 심장사상충으로 인해 폐동맥에 고혈압이 발생한 케이스였다. 가장 흔한 경우는 노령견의 심장 판막질환과 함께 발병한다. 드물게는 반려동물에서도 폐섬유화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해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폐동맥 고혈압을 앓고 있는 개는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기침을 하며 운동을 힘들어하다가 실신도 한다.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진단할 수 있으며 폐혈관확장제를 오랜기간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이 심한 사람의 경우 대부분 장기간 고혈압약을 복용한다. 반려동물은 기저질환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해가면서 혈압을 낮추는 약도 함께 먹어야 한다. 사람처럼 비만이나 식이로 인해 고혈압이 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에 따라서 저염식 처방식을 먹어야 하는 수도 있다. 고혈압은 우리의 사랑스런 반려동물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증상을 호소하지 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정기 검진을 통해 관리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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