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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의와 공정의 ‘다림줄’

 ‘다림줄(plumb line)’은 수직으로 바로 섰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추를 달아 늘어뜨리는 줄을 말한다. 건축 현장에서 기둥이나 벽과 담장이 수직으로 올라갔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다림줄을 사용한다. 건축자가 다림줄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이 아무리 날카로운 눈썰미나 많은 경험을 가졌다고 해도 감각적 사고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각적 사고로 자신의 경험이나 경륜을 내세우게 되면 처참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감각적 사고가 영향을 받아 이해득실로 이어져 올바른 판단을 못하면서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감각적 사고에는 더욱 다림줄이 필요하다.
 
다림줄은 정의와 공정을 밝히는 가치다. 개인은 물론 공동체가 추구하는 것도 정의와 공정이다. 정의와 공정인 다림줄이 무시되면 질서가 무너지고, 힘과 권력에 의해 부정부패가 난무해 불신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삶이 감각적 사고의 판단을 좌우해 정의와 공정이 상실된다. 결국 공동체는 무너진다.
 
그래서 정의와 공정이라는 규범이 공평하게 적용되려면 다림줄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이 다림줄에 견주어 반듯하면 정의사회요, 공정사회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한국 교수신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대학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쥐는 몰래 집에 들어와 곡식을 훔쳐 먹고, 고양이는 그런 쥐를 잡는 동물이다. 중국 역사서 구당서에 등장하는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말이다. 즉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2021년 사자성어를 묘서동처로 했을까.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권을 노리는 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권력자들이 오히려 범법자와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니 묘서동처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된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2020년의 사자성어로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2021년은 뭔가 다른 변화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2021년 내내 내로남불은 계속됐고, 그 위에 묘서동처까지 자리 잡았으니 무엇으로 변명할 수 있겠는가. 인생의 허무마저 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나라 전체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부정부패를 보면 정의와 공정은 온데간데없다. 정의와 공정이라는 다림줄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국정을 책임진 정치인들은 정의의 가치를 세워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됐으니 어떻게 사회 기강을 세울 수 있겠는가. 다림줄을 쥔 자는 정의와 공정이라는 규범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수선했던 올해를 보내고 2022년 새해를 맞으며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대통령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각 당 후보들을 다림줄로 정확히 재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더 이상의 묘서동처는 없어야 한다. 2022년 신년에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 본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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