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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한 해를 돌아보는 숲속 산책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때가 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하던 일들을 모두 정리해 보기 때문이다.  
 
간단한 차림으로 숲속을 걷기 위해 혼자 산으로 갔다. 혼자 숲속을 걷는 시간이 삶을 깊이 생각하고 지난날을 조용히 통찰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숲길에는 낙엽이 되어 걷는 이의 발걸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잎들이 있다.  
 
푸른 잎들 사이에서 홍조를 띠며 색채를 바꾸어 가는 작은 잎들도 있다. 큰 나무를 덮고 있는 저 무수한 작은 잎들도 앞서고 뒤서며 결국은 모두 쇠락해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속절 없이 달려가는 세월을 본다. 이런 자연의 변화는 우리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켜 준다.  
 
혼자 숲길을 걷는 시간은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이다. 자신의 영혼을 만날 수 있고 내면 깊숙이 있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정복 당해 가는 시대를 사는 자신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볼 수도 있다. 삶을 조용히 관조하는 일은 자신을 더 성숙하게 한다.  
 
살면서 자주 멈칫하게 하는 일들 때문에 생각까지 멈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럴 때 걸으면 생각의 흐름이 다시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혼자 걷는 길을 예찬하고, 걸으며 사유하며 글을 쓴 작가·사상가·철학자들을 소개한 책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 교수 프레데리크 그로의 저서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다. 젊은 니체는 걸으면서 생각하고 그 생각들을 모아 놀라운 책들을 썼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그의 여러 저서들이 그렇게 나왔다. 하루에 5~7시간 걸을 때도 있었다 하니 걷기가 작가의 생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의 이론적 토대가 된 ‘사회 계약론’ 등 다양한 저서
 
를 남긴 장자크 루소도 매일 오랫동안 걸으며 책을 쓴 사람이다. 그는 “걸어야만 명상을 할 수가 있다. 걷기를 멈추면 생각도 함께 중단된다. 내 생각은 반드시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라고 썼다.  
 
미국의 위대한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2년여를 동부의 콩코드에 있는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자연 속에서 살았다. 검소한 생활의 기쁨을 예찬하고,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윌든’ ‘시민 불복종’ 등 여러 저서로 간디, 톨스토이 등 많은 후대의 작가와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그도 “홀로 떠나는 도보 여행이 최고의 여행이다”라고 했다.  
 
이들과 같은 사유를 통해 세상일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겪는 번민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코로나 변이 때문에 생기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함께 자연에서 지혜를 얻는다면 옛 조선의 선비처럼 ‘초가삼간 지어 내어 반간은 바람으로 채우고, 반간은 달빛으로 채우고, 강산은 들일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라는 경지에 조금은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다.  
 
한 해의 끝에서 지난 시간을 반추하는 숲속의 산책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최성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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